‘갑’이 더 이상 ‘왕’이 아닌 사회가 되기 위하여
‘갑’이 더 이상 ‘왕’이 아닌 사회가 되기 위하여
  • 김소현 기자
  • 승인 2015.01.10 20:28
  • 호수 13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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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을관계’의 ‘갑’과 ‘을’은 본래 계약서를 작성할 때 해당 계약의 당사자를 편의상 지칭하는 용어다. 계약을 시도하는 자를 ‘갑’이라 하고, 계약 요청을 수락하는 자를 ‘을’이라고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갑을관계’라는 단어에는 애초에 특별한 우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줄서기 문화로,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갑’과 ‘을’의 관계는 ‘하늘’과 ‘땅’의 관계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에 더해 ‘갑’이 ‘을’을 대하는 태도도 아랫사람을 대하듯 하며, ‘갑’은 ‘을’의 위에 군림해야 할 존재로 치부되고 있다.


 얼마 전 ‘갑’의 횡포가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5일에 일어난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 사건이다. 이 사건은 땅콩으로 인한 ‘갑질’로 소위 ‘땅콩회항’ 사건이라 불리며 세간의 질타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로써 조 씨는 ‘갑질’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갑질’에 대한 사회 곳곳 수많은 ‘을’들의 분노가 이 사건에 더욱 불을 지폈다. 사무장과 몇 승객들의 용기 있는 증언으로 이번 사건이 노출 됐지만, 보여 지지 않은 수많은 갑의 횡포가 다른 곳에서도 행해진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번 일로 우리 사회의 잘못된 갑을관계가 재조명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경직된 조직문화 척결을 외치고 있지만, 생계에 관련된 일이면 이런 횡포에 쉽게 대항할 수 없다는 관점도 상당수다. 조직문화라는 것이 나 하나로 인해 변하지 않을 뿐더러 자신만 바라보는 식구들의 생계를 위해 그저 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을의 탄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부패한 권력에 대항해 민주주의 문화라는 것도 이뤄냈다. 한 사람의 목소리로 다수의 힘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으니, 이번 조현아 사건 속 사무장의 외침과 그로 인한 인식개선의 물결은 조직문화 개선의 절호의 기회라 볼 수 있다.


 뜨거운 감자인 ‘땅콩회항’ 사건 외에도 몇 달 전에 있었던 ‘압구정현대아파트 경비원 사건’, ‘울산교육청 장애아동 어머니 사건’ 등과 같이 사회적 약자에 관련된 부당한 사건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으로 최극단에 처해있는 수많은 을의 비보에 가슴 아파하고 동정여론만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 대한 반성도 함께 해야겠다. 우리가 상대적으로 ‘갑’인 위치에 있어 상대적 ‘을’ 위에 군림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우리의 태도에 대한 반성도 더해진다면, 모두가 ‘갑’으로 대우받는 세상은 더욱 가까이에 있지 않을까 싶다.


김소현 기자 52120554@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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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120554@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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