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이야기 6. 특허 괴물
지식재산이야기 6. 특허 괴물
  • 이철태(화학공)교수, 지식재산교육선도대학사업단장
  • 승인 2015.01.10 20:44
  • 호수 13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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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권 남용해 기업 괴롭히는 괴물, 소송 남발 막을 법적 장치 필요해

 영화 <괴물>은 한강에서 괴물이 출현하여 서울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내용의 SF영화이다. 환경을 무시한 산업발달에 따라 야기될 수 있는 재앙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주고자 만든 영화가 아닌가 싶다. 지식재산에도 이 ‘괴물’이 있다. 소위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고 한다. 특허괴물이란, 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지 않고, 특허를 보유만 하면서, 특허침해 소송을 걸어 수익을 내는 개인이나 법인을 말한다.


 1998년 테크서치(Techsearch)라는 회사가 IMS(Int'l Meta Systems Inc.)라는 업체의 특허권만을 사들인 후 인텔(Intel)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었다. 이때 인텔측 변호사 피터 뎃킨(Peter Detkin)이 테크서치 사를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고 비난하면서 ‘특허괴물’이란 용어가 유래됐다고 한다. 법정 등에서는 중립적인 표현으로서 ‘PAE’ (patent assertion entity, 특허권 행사체) 내지는 ‘NPE’(non-practicing entity, 특허를 활용하지 않는 법적 주체) 등으로 불린다. 법원의 이러한 중립적 표현은 합당한 것이라 본다. 만일 모든 NPE가 특허괴물이라면, 특허를 보유하지만 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지 않는 대학, 국가 연구소 및 R&D 기업들 모두가 특허괴물이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NPE가 특허괴물인가 아닌가에 대한 여부는 특허괴물은 소송 제기 전에 특허 침해가 현재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한 정밀조사를 하지 않고, 피고인들이 비록 특허 침해를 하지 않았더라도 대응 소송대신에 합의금을 목적으로 특허권을 남용한다는 점이다.


 특허괴물이라 불릴만한 대표적인 회사로 ‘NTP’, ‘인텔렉추얼 벤처스(Intellectual Ventures)’ 등을 들 수 있다. 자금운용 규모가 무려 5조 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특허괴물인 인텔렉추얼 벤처스(Intellectual Ventures)는 아이러니하게도 특허괴물의 공격을 받았던 인텔 등이 주도하여 2000년 창립한 회사이다. 인텔렉추얼벤처스는 삼성, LG 등 국내 기업을 상대로 수조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 특허 관련 단체 페턴트프리덤(Patent Freedom)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 2004년부터 특허괴물로부터 가장 많은 소송을 당한 회사가 바로 삼성전자라고 한다. 이 특허괴물이 전 세계에 220여 개 정도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하나도 없다. 특허괴물은 주로 미국에서 활동한다. 왜냐하면 미국의 특허시장이 가장 크고 특허권자를 보호하는 경향이 가장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특허괴물들의 행패가 심해지자 이들이 새로운 경제의 혁신에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보고, 미정부는 의회와 힘을 합쳐 이들을 견제하는 법안 및 행정절차들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영화 ‘괴물’에서 무분별한 산업발전만을 고려한 나머지 생태환경의 파괴로 괴물이 나오는 것처럼,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과도한 특허권자의 보호정책이 결국은 특허괴물을 낳게 한 결과라 볼 수 있다.

 이철태(화학공)교수, 지식재산교육선도대학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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