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역명 논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역명 논란
  • 김아람 기자
  • 승인 2015.03.17 23:12
  • 호수 13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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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역인가 코엑스역인가

이달 28일,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신논현역~종합운동장역)이 개통된다. 새로 개통될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 지하철역 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이 역의 이름을 둘러싼 갈등은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갈등의 시발점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3월 강남구는 강남구민들을 상대로 역명에 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고, 2차로 강남구청 홈페이지를 통한 여론조사를 시행해 의견을 수렴했다. 이후 강남구 지명위원회는 절차에 따라 역명을 심의한 뒤 1안으로 ‘봉은사(코엑스)’를, 2안으로 ‘코엑스(봉은사)’를 제시해 서울시에 제출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1차 서울시 지명위원회(이하 지명위)를 개최했다. 강남구가 제출한 안을 올렸으나 지명위는 이를 부결시키고 ‘봉은사’를 역명으로 결정지었다. 원칙적으로 역명 병기는 허용되지 않고, 인근 삼성역에 코엑스를 뜻하는 ‘무역센터’를 함께 적고 있어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더욱이 서울시의 ‘역명 제·개정 절차 및 기준’에 따르면, 해당 지역과 연관성이 뚜렷하고 지역 실정에 부합하는 옛 지명, 법정 동명 등이 없을 경우 ‘역사에 인접하고 있는 고적, 사적 등 문화재 명칭 등’으로 역명을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봉은사를 단순한 종교시설이 아닌 문화재로 판단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개신교 측은 “역명을 사찰 이름으로 정하는 것은 공정성, 객관성이 결여된 처사”라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또 박원순 시장이 취임 전 봉은사의 미래위원장(2007~2010년)을 지낸 바 있다는 사실을 근거 삼아 “친(親)불교 성향의 박 시장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강남구에 위치한 천 개의 교회가 소속된 대표적인 개신교 단체인 강남구교구협의회는 서울시의 결정에 대해 가처분신청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불교계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된 역명을 백지화하려는 개신교 측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코엑스는 개장한 지 30년도 안 됐지만, 봉은사는 1200년이 넘은 문화유산”이라며 “단순히 사찰을 넘어서 강남을 대표하는 문화재인 만큼 불국사, 망월사 등과 같이 역명 지정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 대학 김호철(사회과학대학) 학장은 “양 측 모두 각자의 논리가 있지만, 사회적 편익이 큰 논쟁거리는 아니다”며 “봉은사의 역사성과 코엑스의 경제적 효과를 모두 고려해 ‘코엑스(봉은사)’로 병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남희(경영·2) 씨는 “오히려 ‘봉은사’라는 역명이 외국인에게 더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며 “코엑스가 근방의 대표 시설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고유의 역사성을 살리는 역명이 더 바람직할 것 같다”고 전했다.

김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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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vingU_aram@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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