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시네마② 버드맨 그리고 장화, 홍련
사운드 오브 시네마② 버드맨 그리고 장화, 홍련
  • 성윤규 문화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3.18 01:32
  • 호수 13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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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지배하는 음악의 힘

제87회 아카데미 최다 4개 부분 수상에 빛나는 영화는? 최근 인터넷 연예 뉴스 섹션을 봤다면 한번은 스쳐봤을 법한 영화 <버드맨>(Birdman)이다. 슈퍼히어로 버드맨으로 할리우드 톱스타에 올랐지만, 지금은 잊힌 배우 ‘리건 톰슨’이 잃어버린 꿈과 명성을 되찾기 위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하는 일대기를 그린 이 영화는, 음악을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재즈의 드럼 비트를 이용한 배경 음악이 영화의 속도와 흐름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버드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롱테이크(long-take) 촬영은 중간에 화면을 끊지 않고 연속해 촬영하는 기법으로, 영화의 속도를 자칫 늘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는 같은 멕시코 출신이자 ‘팻 매스니(Pat Metheny)’ 그룹의 드럼 연주자 ‘안토니오 산체스’의 환상적인 드럼 비트를 활용, 재즈 특유의 리듬감이 영화의 분위기를 조율해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하는 영리한 해결책을 내놨다. 영화의 배경 음악이 전체 분위기를 이끌고 간 좋은 예이다.

한국 영화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장르 출신의 음악 감독들이 등장하며 한국 영화 음악계도 높은 퀄리티의 OST가 쏟아지는 가운데, 개봉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인상 깊게 남아있는 작품은 ‘김지운’ 감독의 스타일리쉬한 공포영화 <장화, 홍련>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 음악감독 이병우가 OST를 맡은 이 영화는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선율로 스산한 공포감을 극대화해 관객에게 한시도 긴장을 풀지 못하게 했다.

자극적이진 않지만 적재적소에 배치된 음악과 세련된 영상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자매가 겪는 슬픔과 공포를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처음부터 끝까지 톡톡히 해냈다. 특히 ‘자장가’라는 곡을 꼭 권유하고 싶은데 위에서 언급한 슬픈 음악이 전달해주는 스산한 공포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명곡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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