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면 옳다 ② 지상 최대의 쇼 타임, 뉴욕 맨해튼
떠나면 옳다 ② 지상 최대의 쇼 타임, 뉴욕 맨해튼
  • 길지혜 여행작가
  • 승인 2015.03.27 10:39
  • 호수 13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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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심장에 서다

떠나기 전 내게 미국 뉴욕(New York)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자본의 거대함에 집어삼켜질까 혹은 초라한 내 모습에 실망할까봐 다가서지 못했다. 그간 숱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뉴욕여행을 미뤄온 이유였다. 결국 나는 서른이 넘어서야 세계의 심장, 뉴욕에 발 디딜 용기가 생겼다.

보스턴에서 출발한 메가 버스는 38번가와 8th 에비뉴 교차점에 멈췄다. 버스에서 내려서자 좁은 거리에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스쳐지나갔다. 순간 나는 멈추었고, 뉴욕은 바쁘게 움직였다. 마치 뉴욕이 멈추면 세상도 따라 멈추기라도 할 것처럼 뉴욕의 심장박동은 맹렬했다. 그 순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한 장면이 머리를 때렸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나 또한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 간에….”

뉴욕은 그랬다. 모두가 제각각 자신의 길을 걸었다. 어쩌면 뉴욕은 ‘다양성’이란 단어를 가르치는데 가장 훌륭한 교과서일지 모른다. 아끼는 사람들 모두 당장 뉴욕에 오라고 하고 싶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 같았다. 뉴욕은 죽어있던 심장을 뛰게 하는 마약 같은 도시였다.

브로드웨이 42번가, 뉴욕 타임스퀘어의 네온사인은 라스베가스의 스트립만큼 화려하다. 밤이 되면 사람들은 모두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 브로드웨이에서 매일 밤 펼쳐지는 지상 최대의 쇼에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은 시간을 잊는다. 그러나 뉴욕의 밤을 채우고 있는 것은 자본 앞에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의 꿈과 땀이었다.

브로드웨이 무대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1초의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는 단역들과 세계를 흔들어놓겠다는 포부로 뉴욕에 입성한 수많은 길거리 아티스트, 수만 개의 레스토랑에서 전 세계 손님을 맞이하는 요리사, 길거리 청소부, 뉴욕경찰, 옐로우 캡 드라이버 모두 ‘자기 걸음’을 걸으며 오늘도 하루 24시간을 쉼 없이 보내는 것이다. 그 묵묵한 걸음은 자신의 꿈과 맞닿고 실패와 성공에 관계없는 젊음과 도전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20대와 뉴욕은 참 어울린다. 젊음과 도전이 무색하지 않은 도시 뉴욕에서, 꼭 성공만이 인생의 답이 아님을 깨닫는 것 자체가 성공임을, 술잔을 부딪치며 가슴 뜨겁게 느낄 수 있기에….

길지혜 여행작가



Travel Info. 뉴욕 맨해튼 여행법

하나, 뉴욕 ‘자유의 여신상’은 맨해튼 섬에서 스테이튼 섬으로 들어가는 무료페리를 타볼 것. 둘, 연간 250만명이 찾는 53번가 뉴욕현대미술관(MoMA) 금요일 오후 4~8시 무료입장. 셋, 백만 평의 거대 도시 정원, ‘센트럴파크’에선 하이힐은 금물, <섹스 앤더 시티>의 여주인공 캐리처럼 여유롭게 산책하며 비틀즈의 존 레논 기념공원 찾아가기. 넷, 콜럼비아대학, NYU 등 대학캠퍼스 탐방하며 현지대학생 코스프레하기.

길지혜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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