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상 뮤지컬 배우 : 반대하는 아버지 설득 위해 1년간 무보수 노동 감내하기도…
변희상 뮤지컬 배우 : 반대하는 아버지 설득 위해 1년간 무보수 노동 감내하기도…
  • 이용호 기자
  • 승인 2015.03.27 10:58
  • 호수 13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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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현실의 벽 앞에 꿈을 포기하거나 지레 겁먹고 한 발 뒤로 물러서곤 한다. 그 가운데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의 눈에는 초롱초롱한 빛이 비춰진다. 뮤지컬 배우 ‘변희상’ 씨의 눈에는 그 반짝임이 가득했다. 아직은 쌀쌀한 늦겨울이었던 2월, 초지역 근처의 야외 벤치에서 차가운 공기에도 식지 않는 그의 열의와 인생을 들어봤다. <필자 주>

▲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뮤지컬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어려서부터 음악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장남, 장손이다 보니 부모님의 기대가 컸고, 반대가 심했다. 나중에는 중국으로 강제 유학을 보내려 하시기에 도피하는 마음으로 지방에 내려가 그래픽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 3학년 1학기까지 다녔지만 어느 순간 나 자신을 돌아보니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하고 싶던 음악을 다시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반대하시던 아버지를 설득했다. 아버지는 고심 끝에 “작은아버지 후배인 PD들에게 조언을 구해 그들이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해봐도 되지만 없다고 하면 포기해라”라고 하셨다. 그렇게 한상우 PD님의 추천으로 뮤지컬에 눈을 돌리게 됐고, 단국대 뮤지컬 학과로 편입하면서 배우의 길을 시작하게 됐다.

▲ 부모님의 반대는 어떻게 설득했나?
1년간 아버지 밑에서 무보수로 일할 테니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청했다. 아버지가 식자재 도매를 하셨는데, 나는 업무 중에서도 가장 힘든 영업, 판매, 수금을 맡아 일요일을 제외하고 1년 내내 매일 13시간씩 일했다. 주로 포장마차를 상대로 납품했는데, 처음에는 어린 애가 와서 사장 아들이라고 하면서 일을 하고 있으니 무시를 받기 일쑤였다. 힘들어도 꿈이라는 목표를 위해 묵묵히 일했지만, 1년째 되는 날 아버지는 여전히 ‘꼭 음악을 해야겠냐’며 끝까지 반대하셨다. 그래서 처음으로 아버지께 화내면서 대들었고, 그렇게 기회를 얻었다.

▲ 그동안 했던 작품 중에 기억에 남는 뮤지컬이 있다면?
모두 빼놓을 수 없다. <두도시 이야기>는 입봉한 작품이라 기억에 남고, <명성황후>에서는 서로 의지할 수 있는 패밀리가 처음 생겨 각별하다. 지금도 계속 정기적으로 연락하고 만나며 서로 응원하고 있다. <드라큘라>는 처음으로 배역을 맡게 된 작품이라서 기억에 남는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드라큘라가 끝나자마자 바로 시작했는데, 연습하는 두 달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준비했다. 그러다보니 스트레스로 인해 위경련과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생이 많았던 작품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모든 작품이 내게 개개의 특별한 의미가 있다.

▲ <드라큘라>에서 첫 배역을 맡고 배운 점이나 느꼈던 점이 있다면?
일단 대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췄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리고 내가 편입을 했기 때문에 뮤지컬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했는데, 배역을 맡으면서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울 수 있었다. 자주 혼나기도 했지만 그런 과정에서 선배들과의 관계도 한 층 편해졌다. 그리고 <드라큘라>를 하며 인터뷰를 몇 번 했는데, 인터뷰 기사를 보고 몇몇 소속사에서 연락이 왔다. 덕분에 얼마 전 ‘웨이즈컴퍼니’라는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고, 올해 하반기부턴 방송과 영화 쪽으로도 활동을 하게 될 것 같다.

▲ 그럼 이제 방송 배우로 전향하는 것인가?
아니다. 뮤지컬은 계속할 것이다. 뮤지컬이 상업화, 대중화되다 보니 연예인들이 주로 무대에 올라서곤 한다. 나도 한시라도 빨리 방송이나 영화로 진출한 다음에 뮤지컬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유린타운>이라는 작품 활동 후 하반기부터 당분간 뮤지컬 활동은 없겠지만, 방송 쪽에서 자리를 어느 정도 잡고나면 다시 할 계획이다.

▲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이 인생 직업이라는 말 같은데, 뮤지컬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뮤지컬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내 삶을 나의 의지대로 살아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내가 결정하고, 선택하고, 노력해서 이뤄낸 것이 뮤지컬 배우였다. 배우의 꿈을 이루고부터 모든 일에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으로 변했다. 그리고 따세만사(따듯한 세상을 만드는 사회 복무요원)의 멤버로 들어가면서 이를 통해 재능기부 봉사를 접했다. 뮤지컬이라는 재능으로 남들에게 기쁨을 준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고 덕분에 꿈이라는 것에 대한 소중함도 알게 됐다.

▲ 봉사활동을 통해 느끼는 보람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진로를 고민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가서 강의를 해주는 ‘직업 체험 페스티벌’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중학교에서 몇 번 강연을 했었는데, 그 때 강연을 들은 중학생들이 고등학생이 돼서 ‘선생님 덕분에 음악 다시 시작하게 됐어요. 뮤지컬 하게 됐어요’라고 연락이 왔었다. 나로 인해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좇을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는 점이 정말 뿌듯했다.

▲ ‘변희상’이라는 이름이 어떤 배우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처음 데뷔했을 때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관객들에게 인정받는 배우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배우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말을 듣고 그런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데뷔 이후 3년 안에 신인상을 받는 게 목표인데, 모두에게 인정받는 배우를 꿈꾼다.

▲ 올해의 목표는?
하반기부터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는데 뮤지컬 배우라는 기존의 타이틀은 잊고 처음처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설렌다. 방송이든 영화든 그 분야에서 올해 안에 괜찮은 주요 배역 하나 맡는 것이 목표다. 새로운 시장에서 나름 멋지게 데뷔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영화 <악마를 보았다>의 이병헌 같은 악역을 해보고 싶다. 나는 어떤 드라마나 영화에서든 악역에게 매력이 많다고 본다. 또 악역 말고도 개성 있는 역할을 많이 해보고 싶다.

▲ 계속 뮤지컬을 할텐데, 앞으로 해보고 싶은 뮤지컬이 있는지.
<헤드윅>이라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성전환수술에 실패한 남자의 이야기인데, 이만큼 개성 있는 역할이 있을까. 무척 해보고 싶다. 혼자서 이끌어가는 극이라서 배울 점도 많을 것 같다. 그리고 입봉 했던 작품인 <두 도시 이야기>의 남자주인공 배역을 해보고 싶다. <두 도시 이야기>의 메인 타이틀 곡인 이라는 곡을 매 오디션마다 자유곡으로 부를 정도로 좋아해, 무대 위에서 그 역할로 곡을 꼭 불러보고 싶다.

▲ 뮤지컬은 ○○○다.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
뮤지컬은 ‘내 인생 자체’다. 뮤지컬이 정말 ‘다’이다. 스스로 이뤄낸 것도, 이걸로 먹고 살 수 있겠다 생각 한 것도, 이렇게 재밌었던 것도 뮤지컬이 처음이다. 평생하고 싶다. 내 인생은 뮤지컬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뮤지컬이 내 인생 자체가 된 지금, 끝도 뮤지컬로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뮤지컬 배우를 안했으면 지금 뭐하고 있을까 막막하기도 하다.

▲ 자신의 꿈을 좇기를 주저하는 학생들에게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한마디
<꿈, 용기,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했다. 꿈을 찾는 과정, 실천하기 위한 용기, 그리고 꿈을 향한 도전에 대한 이야기다. 꿈을 가진 사람 중 일부는 꿈 앞에서 주저하며 머뭇거리곤 한다. 그럴 땐 일단 하고 싶은 걸 다 해보길 바란다.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늘 ‘글로 백 번 접하는 것보다 한 번 부딪히는 게 낫다’는 말을 몸소 깨달았다. 경험하면서 꿈을 찾는 것이다. 꿈을 찾는 과정에서 집안의 반대나 재정 사정, 개인적인 의구심, 내가 이걸로 벌어먹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부딪힘의 순간이 있는데 그걸 깰 수 있는 용기 또한 필요하다. 만일, 도전에 실패했다고 해도 무너져선 안 된다. 실패는 ‘FAIL’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CHANCE(기회)’이다. 꿈, 용기, 도전에 대한 망설임을 버렸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이.

이용호 기자 3209100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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