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화 뿌리 담겨있는 정월대보름 되살려야
민족문화 뿌리 담겨있는 정월대보름 되살려야
  • 이용호 기자
  • 승인 2015.03.27 11:06
  • 호수 1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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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보라매공원에서 민속 명절 중 하나인 정월 대보름(음력 1월 15일)을 4일 앞서 기념하는 ‘정월 대보름 행사’가 개최됐다. 정오부터 진행된 행사는 풍물놀이, 지신밟기, 딱지치기, 강강술래 등 풍성한 놀이문화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휴일을 맞아 늦겨울 찬바람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였으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공원을 찾은 사람보다는 산책을 나왔다가 우연히 행사를 발견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 강강술래에 참여한 강혜나(33) 씨는 “우연한 기회에 직접 참여하며 굉장히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며 “이런 행사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정월대보름은 매년 음력 1월 15일 한 해의 첫 번째 보름달이 뜨는 날로, 한자로는 ‘상원(上元)’이라 한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대보름이 설날만큼 큰 명절이었지만, 현대에 이르러 잊혀져가며 쇠퇴하고 있다. 농경이 주 생업이었던 전통사회에서 대보름은 풍농을 기원하고 차례를 지내는 날이었다. 하지만 양력 요일 주기의 도입에 따른 생활 주기의 변화와 농업의 근대화 등으로 인해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됐다.

대보름이 등한시 된 이유는 비단 앞서 언급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이 날이 법정기념일도, 공휴일도 아니기 때문에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상당수의 현대인들은 공휴일이 아니면 시간을 내기 어려워하고, 챙기지 않아도 되는 날이라는 인식이 크다.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이후에는 나무심기 등의 기념행사가 줄었고,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하던 한글날은 공휴일 제정 이후 재조명 받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조상들에게 설날만큼 큰 명절이었던 대보름 또한 비공휴일이라는 이유로 관심에서 멀어진 것은 아닌지 재고해봐야 한다.

한편, 북한은 2003년부터 정월 대보름을 휴일로 지정했고, 일본 또한 대보름을 신년의 기점으로 생각해 ‘소정월’이라는 공휴일로 제정했다. 중국에서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개최하는 ‘양회’에 참가한 일부 대표가 지난 회의에서 대보름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건의해 많은 중국인의 환영을 받기도 했다.

우리는 양력 1월 1일 신정을 공휴일로 두고 있는데, 신정은 1879년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화할 요량으로 기존의 음력설을 없애고 도입한 것이다. 전두환 정부 당시 일본의 잔재가 남아있는 신정을 없애고 우리의 설을 보내야 바르다는 의견이 대두하면서 음력설이 부활했으나, 일본의 잔재인 신정은 여전히 국가공휴일로 지정되어있다. 따라서 국민들이 우리의 민속 명절인 대보름이 아닌 일제강점기 시절 제정된 신정을 더 주목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탈 농경의 현대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대보름 풍속. 평일과 겹치는 올해 같은 날이면 찾는 이도 사라지고 기억하는 사람도 점차 줄어든다. 최대 명절이었던 정월 대보름이 다른 명절처럼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휴일이 아니더라도 국민들이 스스로 국가 기념일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국가 공휴일 제정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

이용호 기자 3209100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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