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밍아웃 ① 애니메이션 오타쿠
덕밍아웃 ① 애니메이션 오타쿠
  • 이용호 기자
  • 승인 2015.03.27 11:09
  • 호수 138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에서 시작된 ‘오타쿠’ 문화는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오타쿠 활동을 하는 것을 ‘덕질’, 덕질을 시작하는 것을 ‘입덕’, 덕질을 쉴 경우 ‘휴덕’, 덕질을 그만 둘 경우 ‘탈덕’이라 칭하며 한국형 오타쿠 문화를 확립했다. 그들만의 덕후스러운, 은밀한 취미 생활을 덕밍아웃(오타쿠+커밍아웃의 합성어)하고자 한다. <필자 주>

덕밍아웃의 첫 포문을 열 오타쿠는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집단으로 일본에서 시작됐다. ‘에티엔 바랄’은 『오타쿠, 가상 세계의 아이들』에서 오타쿠를 매니아와 구별하며, “오타쿠는 단순히 상품만으로 만족하지 않으며, 상품을 초월하고 변형시키고 적응시킴으로써 그것을 충분히 자기 것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는데, 오타쿠가 단순한 팬의 개념을 초월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스스로를 오타쿠라고 소개한 P씨는 방이 2개다. 하나는 자신의 방이고, 다른 하나는 오직 피규어만을 위해 따로 마련한 방이다.) 방에 전시된 피규어만 150여개가 넘는다. 단순한 수집에서 그치지 않고, 피규어만을 위한 공간을 따로 할애하는 것으로 자신의 삶에 덕질을 녹여냈다.

P씨에 따르면 오타쿠는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자신만의 취미 생활을 영유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취미 생활을 비하하며 피해를 주는 사람들을 못마땅해 한다. 상당수의 오타쿠는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하며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한다고 P씨는 전했다.

실제로 P씨는 사회에서는 평범한 의사로 활동하며, 아내와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그의 취미 생활을 존중하며 피규어 방을 따로 마련하는 것도 환영한 아내는 그의 든든한 동반자이다. 오타쿠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최애캐(최고로 사랑하는 캐릭터라는 뜻의 합성어)’가 있다. 그의 최애캐는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이라는 만화의 ‘미사카 마코토’였지만, 현재는 결혼한 아내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최애캐인 아내가 생긴 뒤로 미사카는 그의 ‘차애캐(차순위로 사랑하는 캐릭터)’가 됐다.

그들의 문화는 이제는 공공연하게 인정받고 있다. 이를 반증하는 것이 지난 달 14,15일 양일간 SETEC 전시장에서 열린 ‘서울 코믹월드’다. 국내 아마추어 만화가들이 작품을 소개하고 교류하는 행사로 다양한 문화 활동이 진행된다. 참여한 사람들은 만화캐릭터로 분장하며 코스튬 플레이를 하거나 만화주제가를 부르는 등의 방식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코믹월드행사를 통해 다양한 만화 콘텐츠가 창출된다. 오타쿠가 만화산업에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취미생활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만화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반적이지 않은 취향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미워하기엔 생각보다 엄청난 사람들이지 않은가. 이제는 하나의 문화 트렌드가 된 오타쿠 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걷어내고 그들의 취미 생활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줘야하지 않을까.

이용호 기자 32091008@dankook.ac.kr

이용호 기자
이용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32091008@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