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다이닝, ‘따로, 또 같이’ 즐기는 문화생활
소셜다이닝, ‘따로, 또 같이’ 즐기는 문화생활
  • 김보미
  • 승인 2015.03.27 14:08
  • 호수 13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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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만고불면 같던 진리도 이젠 옛말이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비율이 2035년엔 34.3%(7백62만8천 가구)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하니, 바야흐로 싱글 족의 시대가 오고 있는 셈이다. 학생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거나, 카페나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를 하는 풍경은 대학가에선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유행처럼 늘어난 1인 가구, ‘혼밥(혼자 밥 먹는 것의 줄임말)’에 반기라도 든 것처럼 혼자인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 소비시장과 문화가 우후죽순 형성되고 있다. 바로 소셜다이닝(Social Dining)으로, 일면식 없는 사람들이 같은 관심사 하나로 만나 식사를 즐기면서 사귐을 갖는 모임이다. 주로 SNS나 ‘집밥’과 같은 커뮤니티를 통해 모임이 이뤄진다.

기자는 지난 20일 ‘나만의 프로필 사진 촬영하기’라는 주제의 소셜다이닝 모임에 참여했다. 모임 장소는 서울시 홍제동의 <프로젝트룩>이라는 스튜디오로, 아담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마리아, 룩, 모도’라는 이름의 집밥지기(집밥 커뮤니티에서의 모임 주최자)들은 “혼자 온 사람들이 재밌게 놀다 갈 수 있도록 기타와 젬베 같은 놀 거리들을 마련해뒀다”며 “모임을 통해 친해진 사람들이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피자를 시켜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처음 간 동네의 스튜디오였지만 곧 편안한 분위기에 압도됐다. 집밥지기들은 기자가 어색하지 않게 핸드드립 커피와 다과를 마련했으며,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꺼냈다. 프로필 촬영 또한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주제가 ‘나’인 만큼 본인만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표정을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한껏 끌어낼 수 있었다. 촬영 후에는 기타 연주와 사진 감상으로 서로를 더 알아갈 수 있었다. 모두 ‘혼자’ 왔음에도 ‘함께라서’ 즐거웠다.

혼자 스튜디오를 찾아오는 사람들에 대해 집밥지기들은 “자신의 모습을 예쁘게 기념으로 남기고 싶거나, 가볍고 재밌게 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아온다”고 답했다. 실제로 ‘나만의 프로필 사진 촬영하기’는 벌써 3번째 앵콜 모임을 가졌으며, 더불어 스튜디오도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홀로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문화생활로 자리잡고 있는 요즘, 혼자에서 벗어나 함께이고 싶은 사람들이 점점 집합의 원을 그리고 있다. 소셜다이닝을 통해 사람들은 홀로 즐기면서도 함께 어울린다. 맨 처음 단순히 ‘밥’을 같이 먹자는 취지에서 혼밥하는 사람들을 끌어 모았지만, 이젠 더 나아가 취미와 여가생활을 공유하는 단계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혼자이고 싶으면서도 혼자 밥먹기는 외로운 사람들, 자신과 닮은 ‘혼자’들과 함께하며 더 뜻깊은 만남을 만들어내는 요즘 사회. 어쩌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개인화된 현대 사회에서 새롭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김보미
김보미

 spring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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