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로 뛰고, 심장이 뜨거워지는 순간

동마서포터즈 제6회 서울오픈마라톤 임수현l승인2015.03.24l수정2015.04.09 18:21l1387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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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종합운동장역에서 열린 ‘제6회 서울오픈마라톤’에 참가했다. 만남의 광장에서 출발해 잠실대교, 잠실철교, 올림픽대교를 지나 천호대교에서 반환해 돌아오는 10㎞ 코스에 도전. 결코 잊을 수 없는 인생 첫 마라톤을 했던 그날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 본다. <필자 주>

“꼬끼오~꼬꼬꼬꼬” 시끄러운 닭 울음 알람소리에 눈이 절로 떠졌다. 평소와 달리 새벽 5시 반이라는 이른 시간에 벌떡 일어났다. 3주 전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참가신청을 했던 서울오픈마라톤, 바로 오늘 막이 열린다. 마라톤 출발시각은 9시. 8시 30분까지 도착하기 위해서는 7시 30분이면 집에서 나와야 한다. 졸린 눈을 비비며 허겁지겁 씻고, 뛰는데 무리가 가지 않도록 간단하게 두유 한 잔을 마셨다. 편한 레깅스 바지와 땀 흡수율이 높은 티셔츠부터 러닝화까지, 마라톤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후 집을 나섰다. 집에서부터 종합운동장역까지 가는 지하철 객차 안에 왠지 모를 설렘과 긴장감이 맴도는 듯 했다.

무사히 집합장소에 도착! 아직 날씨가 쌀쌀했지만 마라톤의 계절인 봄이 성큼 다가와서인지 많은 인파가 몰려있었다. 남녀노소 불문할 것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시끌벅적 마라톤 준비에 바쁘다. 이에 질 수 없어 서둘러 가방과 겉옷을 파란색 비닐봉투에 넣어 물품보관소에 맡기고 현장 배부처로 향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임수현입니다.” 공식기념품인 셀카봉을 챙긴 후, 배번호를 받아 열심히 뛰어도 절대 떨어지지 않도록 티셔츠에 잘 고정했다. 운동화에 기록을 측정해주는 기록측정용 칩을 다니 이제 정말 마라톤이 실감난다. “여러분~ 모두 모이세요. 다 같이 준비운동 합시다!” 출발 10분 전, 마이크를 든 사회자의 지시에 맞춰 모두 함께 손목, 발목, 무릎, 허리를 풀어줬다.

이제 10분 후면 출발한다. “자자, 이제 10㎞코스 선수들은 준비해주세요. 그리고 꼭 잘 못 뛰는 분들이 맨 앞줄에 있으신데, 이따 방해하지 마시고 뒤에 가서 뛰세요~(웃음)” 아, 순간 뜨끔했다. 괜히 눈치가 보여서 뒷줄로 자리를 옮겼다. “다 같이 파이팅 외칩시다! 3, 2, 1 출발~” 출발과 동시에 제한 시간인 1시간 30분 안에만 들어오자고 스스로 약속을 해본다. 푸르른 하늘이 보이는 화창한 날씨에 한강을 보며 달리니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한 기분이 든다. 10㎞가 아니라 하프코스라도 뛸 수 있을 것만 같은 두근거리는 마음에 힘차게 달음박질을 쳤다. 그런데 초반부터 오버페이스를 한 탓일까, 점점 숨이 차고 힘이 든다. ‘벌써 많이 뛰었나?’라는 생각에 앞 쪽 이정표를 보니 1㎞라고 떡하니 쓰여 있다. 이렇게 힘든데 고작 10분의 1이라니, 충격적이다.

“삐용삐용” 갑자기 어디선가 구급차 소리가 들려온다. 백 미터 앞에 몇몇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인다. 한 여성이 쓰러져 있고 모두들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다들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순간, 한 남성이 앞으로 나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하나 둘 하나 둘, 괜찮으세요? 정신차려보세요!” 누군가 의식을 잃은 급박한 순간을 처음 봐 너무나 놀랐다. 빨리 119구급차가 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마라톤 시작 전에 페이스조절을 하라고 했던 경고를 가볍게 흘려들은 것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다행히 시민 남성의 응급대처 덕분에 여성은 기침을 하며 정신을 차렸다.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박수를 쳤다. 119구급차도 곧 와서 재빨리 여성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용기를 낸 시민이 아니었다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안전한 마라톤을 위해서는 목표를 정하고 달리는 것은 좋지만, 그 목표를 너무 무리해서 잡아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충분한 준비운동과 수분섭취는 필수고 말이다. 기자 역시 체력 안배를 하지 않고 무리한 계획을 세웠던 것이 떠올라 반성한 순간이었다.

반성의 시간을 가진 후엔 욕심내지 않고 뛰었지만, 첫 마라톤이라 그런지 끝을 향해갈수록 체력이 달렸다. 몸살만 안 걸리면 다행이다. 완주를 위해 막판 스퍼트를 내 열심히 달렸다. 드디어 도착지가 보인다. ‘백 미터만 더, 백 미터만 더..!’ “임수현님 1시간 18분 37초, 축하드립니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의 짜릿한 희열, 스스로에게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것,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 보람차다. 감수성이 풍부한 탓에 남몰래 약간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 와중에도 코끝을 찌르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를 무시할 순 없었다. “여기 와서 떡국하고 막걸리 드세요~” 완주한 마라토너들에게 제공하는 떡국이었다. 배에서 엄청난 요동이 치며 침이 꼴깍 넘어갔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떡국이었지만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천국을 맛볼 정도였다. 떡의 쫄깃함과 국물의 시원함에 함께 달린 친구와 3분 만에 그릇을 뚝딱 비웠다. 부족한 마음에 한 그릇 더 먹어도 되는지 조심스레 여쭤보니 호탕하게 웃으시던 아주머니께서는 그 웃음만큼 푸짐한 떡국 한 그릇을 더 퍼주셨다.

인생 첫 10㎞ 마라톤은 나에게 그저 흘러가는 마라톤에서 그치지 않았다. 땀 한 방울을 흘리고, 발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뛰지 않으면 몰랐을 ‘작은 것에 대한 감사함’을 알았다. 목마를 때 먹는 물, 열심히 달릴 수 있는 다리, 땀을 식혀주는 바람, 아름다운 하늘과 강, 완주를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친구와 가족의 소중함, 모르는 이의 응원과 축하, 떡국 한 그릇까지. 평소에는 당연한 것이라고 느꼈을 것들이 이제는 다르게 느껴진다.

운동부족인 기자가 만약 이정표만 계속 보며 ‘언제 다 뛰지, 너무 힘들다.’라는 생각만 했다면 10㎞코스는 물론이고 5㎞코스도 지쳐 포기했을 것이다. 나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마라톤을 하는 그 시간만큼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다 같이 한마음이 돼 달려나가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마라톤에 참가할 지라도 목표에 도달하자는 하나의 마음으로 서로를 응원하는 것이다. ‘가장 큰 위험은 위험 없는 삶’이라는 말이 있듯,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을 때에도 마라톤을 즐길 수 있는 것은 고통 뒤에 오는 희열 때문이 아닐까. 다음엔 “도전, 15㎞!”


<봄이 오면 찾아오는 마라톤 열기>

'동마서포터즈 서울 오픈마라톤’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2010년 열린 1회를 시작으로 올해 6회에 접어든 2015 서울 오픈마라톤은 참가희망자가 선착순 5천명보다 넘어서자, 추가접수까지 받으며 시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마라톤은 서울시 한강시민공원 잠실지구 만남의 광장(잠실 종합운동장 나들목 앞)이 중심이 됐으며 오전 9시 정각 하프코스(21㎞)가 가장 먼저 출발했고, 10분을 주기로 15㎞코스, 10㎞코스, 5㎞코스가 순차적으로 출발했다. 하프, 15㎞, 10㎞ 코스 참가자의 기록은 출발점 매트를 밟는 순간부터 기록측정용 칩을 통해 넷 타임으로 측정됐으며, 5㎞ 건강달리기는 건타임으로 자가 측정됐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해 물품보관소와 남녀탈의실을 제공했다. 또한, 매 2.5㎞ 마다 급수대를 설치해 탈진피해를 막고, 간식은 마라톤 골인 후 완주자들에게 지급했다.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을 엄격하게 적용했는데, 제한 시간은 하프코스 2시간30분, 15㎞코스 2시간, 10㎞코스 1시간 30분, 5㎞코스 1시간이었다. 제한시간을 초과한 참가자는 대회본부에서 운영하는 회수차량에 탑승해야 한다.

시상은 연대별 시상으로 10㎞, 15㎞, 하프종목에서 1~3위를 가렸고, 부상으로 차기대회 참가자격을 부여했다. 하프코스에 도전해 완주에 성공한 61세 김남진 씨는 “마라톤을 하고 있을 때 살아있음을 느끼고, 마라톤을 완주할 때 제 자신에 대한 뿌듯함을 느끼고, 마라톤 기록과 사진을 확인할 때 그 때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라고 기쁨을 전했다.


임수현  32120254@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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