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이라 주장하는 사회
‘을’이라 주장하는 사회
  • 유성훈
  • 승인 2015.04.01 11:59
  • 호수 13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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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합리화에 빠진 사람들


한동안 이슈가 된 대한항공 땅콩사건. 그 후에도 소위‘갑질’이라 하는 사건들이 난무했다. 누군가에게는 갑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을인 사회. 하지만 ‘갑’과 ‘을’, 이 두 글자는 더 이상 사회에만 존재하는 단어가 아닌 우리 대학 사회의 이야기가 됐다.

학교에서 과 생활이나 동아리 활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선배와 어른들의 한마디가 얼마나 두렵고 무시할 수 없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정해놓은 온갖 비합리적인 규칙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현실에 의심 없이 살아간다. 문득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을 땐, 이미 돌이키기엔 늦었다고 판단되거나 자신조차 그 규칙을 후배한테 강요할 때일 것이다.

일 년 간 취재를 하며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기자가 만난 이들은 자신이 을이며 갑에게 횡포를 당해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대부분 오히려 갑질을 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갑에게 같은 처우를 당하고 있는 부분만을 호소한다. 게다가 자신이 을의 호소를 받는 입장이 되면 무지한 상대인 을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소 흥미로운 것은 그들 역시 올챙이 적 시절이 있었음에도, 개구리가 된 지금 또한 불합리한 대우를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사회에는 수많은 문제점들이 있다. 대학사회 역시 다양한 문제점들이 있다. 하지만 기자가 공통적으로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불합리한 처우를 받았음에도 바꿔보려 하지 않고, 바뀌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도 당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해야 한다는 보상심리를 가져 다른 사람에게 그것이 올바른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듣는 이들은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요당하거나, 따르지 않으면 자신이 배척될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어쩔 수 없이 이행하고 있다.

이번 과비와 기숙사 관련 기사를 진행하면서 이런 부분이 절실하게 다가왔다. 학기 초 친숙했던 동기들과 조금은 무서웠지만 친해지고 싶었던 선배들. 이 공동체, 조직에서 배척당하면 안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무조건 ‘YES’를 외치며 회의하지 않고 따라갔던 내 스스로가 부끄럽다. ‘나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하며 묵인하고 지나간 사건들, 그렇게 행동했던 기자. 그랬던 기자의 과거로 인해 어떠한 문제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또 누군가에게 커다란 숙제를 안겨 준 것만 같아 찜찜한 기분이 든다.

자신이 갑이지만 을이라 주장하는 사회, 이제는 을이 되길 바라는 책임 없는 사회. 이제라도 제대로 현실을 바라보고 ‘을’이라는 글자 뒤에 숨어 갑질을 하는 자신의 잘못과 을의 입장에서 자신의 안위를 위해 항변하지 않는 자신을 반성하길 바란다. 또한 나의 갑질이 나와 같이 올챙이 적 나처럼,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쳤으면 좋겠다.

유성훈 기자 32142904@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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