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리브로! 4. 니콜 크라우스 『사랑의 역사』
비바 리브로! 4. 니콜 크라우스 『사랑의 역사』
  • 김남필 홍보팀장
  • 승인 2015.04.01 15:10
  • 호수 13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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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에 빠진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1

사무실에서 만난 여학생이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문득 생각난 듯 자연스러운 울음, 속에서 넘쳐나는 눈물이었다. 방금 사랑을 잃었다고 했다. 눈물의 원인은 이별이었다. 그 고통은 남들 앞에서 눈물을 감춰야 한다는 절제도 넘어설 만큼, 그래서 자신도 당황할 만큼 갑작스럽고, 컸으리라.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그것이 사랑의 본질이다. 작은 떨림으로 시작해 우레같은 격정을 터뜨린다. 잃어버린 사랑은 때론 영혼에 내밀한 상처로 남고, 그것은 삶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준다. 영원히, 아주 오랫동안… 결국 삶이란 사랑의 역사인 셈이다.

#2

한때 한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레오. 레오는 한 소녀를 사랑했다. 그 소녀는 알마. 열 살 때 사랑을 시작했고, 열일곱 살 때 ‘같이 잤다’. 2차 세계대전의 불길을 피해 알마는 미국으로 갔고, 레오는 남아서 미국으로 갈 돈을 번다. 알마와 만나려고. 그러면서 사랑하는 여인을 그리며 소설을 쓴다. 그 소설은 “한때 한 소년이 있었다”로 시작한다. 레오는 끝내 미국으로 간다. 알마는 이미 가정을 이뤘고 자신과 새 출발을 읍소하는 레오를 거절한다. 레오는 잃어버린 사랑을 간직하면서 살아간다. 레오의 삶과 별도로 그가 쓴 소설은 또 하나의 삶을 살아간다. 레오와 알마가 낳은 아이작, 알마와 그의 남편이 낳은 또 하나의 알마가 서로를 알게 될 때 까지 소설 ‘사랑의 역사’는 사람들의 삶을 직조한다.

#3

사랑을 이루지 못한 레오는 소설가로 살아가지만, 그것은 알마를 만나려는 의지의 ‘관성’일 뿐. 이미 레오의 삶은 죽어가는 방향으로 기울었던 것이었다. ‘한때 한 소년’만이 레오였고, 알마를 잃은 레오는 이미 레오가 아니었다. 우리도 그러하지 않은가? 사랑을 하다가 어떤 한 순간, 또는 어떤 하나의 사건을 지나면서 나는 이미 그 전의 내가 아니게 될 때가 있다. 내밀한 영혼의 상처일 수도, 영원히 금가지 않을 자부심 가득한 추억일 수도 있는, 그런 사건. 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도, 그것은 악몽이라 부를 수도, 그것은 추억이라 부를 수도 있다. 무엇이라 부르든 우리의 삶은 결국 무언가를 사랑하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이것이 농담 같지만 삶의 진실이다.

#4

『사랑의 역사』는 읽기가 쉽지 않다. 격자식 소설에 언어적 복선이 깔리고, 관점도 등장인물에 따라 달라져 읽는 이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작가의 재능은 본질적으로 사랑과 삶의 본질을 얘기하고픈 데 맞춰져 있다. 줄거리를 잘 더듬어 찬찬히 읽고 나면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먹먹한 마음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더 좋은 사랑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그 자신감은 단순하지만 이렇다. “적어도 나는 삶을 살았다. 어떤 종류의 삶이었을까? 하나의 삶을, 살았다.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참을 수 없는 것은 거의 없다는 걸 깨달았다.(본문 중)”



<책정보>

저 자 니콜 크라우스
역 자 한은경
출판사 민음사
출판일 2006.08.15
페이지 3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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