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리브로! 2.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돌베개 펴냄
비바,리브로! 2.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돌베개 펴냄
  • 김남필 홍보팀장
  • 승인 2015.04.01 15:31
  • 호수 13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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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명을 학살한 거대 살인공장에서의 생존기

#1.
늘 그렇듯 계절은 시나브로 다가와 벼락처럼 변화를 실감케 한다. 어느덧 봄이다.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그 생명이 숨 쉬는 시간 가운데 가장 뜨거운 때가 젊음이고, 그 뜨거움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 대학 아니던가. 응당 봄과 생명, 그리고 청춘을 노래하는 책을 선보이고 싶어 책장 앞을 서성였다. 그러다 생각을 바꿨다. 음지가 있어야 양지의 고마움을 아는 법. 인간 생명의 고귀함과 그 속내에 깃든 삶의 가치를 알려면 가장 반대인 경우를 짚어보는 것도 독서가 주는 가치이다.

#2.

1943년 12월, 주인공은 파시시트 민병대에게 체포된다. 반나치 저항을 위한 유격대에서 참여한 지 얼마 안 되어서다. 그는 다른 650‘개’(나치는 유대인을 사람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명’이 아닌 ‘갯수’로 파악한 것이다) 유대인과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간다. 끌려간 지 이틀이내에 500명 정도는 바로 죽음을 당했다. 나치 친위대원의 손가락이 좌우로 움직이고 그 지시대로 갈라진 두 개의 줄이 생사를 갈랐다. 노동에 적합지 않다는 판단(한 사람당 10초도 안걸리는)을 받은 이들은 그렇게 죽어나갔다. 아우슈비츠에서만 150만 여명 이상이…. 이 속에서도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삶은 이어진다. 도둑질, 밀고, 시기심,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삶에의 본능마저 잃고만, 무감각해진 ‘살과 뼈’의 존재로.

#3.

주인공은 살아남는다(이 말의 슬픈 뜻은 이 책을 읽어야 실감된다). 그의 이름은 프리모 레비(Primo Levi). 1941년에 토리노대학 화학과를 수석 졸업한 젊은이였다. 24살에 아우슈비츠라는 거대한 살인공장에 끌려간 이 청년은 여기에서 두 번의 겨울을 겪고 살아남는다. 수용소에서 가장 금기되는 말은 ‘내일’임을 깨닫는 것, 1천cc의 죽, 손바닥 반만한 빵 한 조각을 얻기 위해 ‘인간적’ 우정과 신뢰는 물론이고 언제든 ‘인간임’을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생존의 원리이다. 그리고, 그리고...나치의 ‘살 자(노동할 수 있는)’와 ‘죽을(노동할 수 없는) 자’를 가르는 손가락질을 피하는 운이 진정한 생존의 힘이다.

#4.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레비가 하고픈 말은 이렇다. 거대한 권력을 가진 국가체제가 이념의 광기에 빠지면 인간은 그 순간부터 인간일 수 없게 된다. 아우슈비츠 안에 있는 인간, 그 밖에 있는 인간 모두가 그렇다. 우리는 강해져야 한다. 국가와 권력이 자칫 폭력의 민낯을 드러내기 전에 우리 스스로 인간적 사회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자주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라면 어찌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 더 그렇다. 삶은 그래서 소중하고, 마땅히 찬양해야 한다. 저자이자 주인공 레비는 이를 온몸으로 증언한다. 그리고 그 힘이 다해서였는지, 그는 1987년 자살하고 말았다.

김남필 홍보팀장 저 자 프리모 레비
역 자 이현경
출판사 돌베개
출판일 2007.01.12
페이지 340

김남필 홍보팀장
김남필 홍보팀장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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