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리브로! 3.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비바. 리브로! 3.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 김남필 홍보팀장
  • 승인 2015.04.01 15:37
  • 호수 13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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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지나고, 추억은 문장으로 우리에게 남는다

“내 젊음에서 김광석의 노래를 빼고 나면 그 끝을 알 수 없는 침묵만 남을 테니까. 그런 김광석이, 술에 취해서, 그것도 집에서 목을 맸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울어버렸다. 외로운 그 어느 집 한쪽 구석에서 내 청춘도 그렇게 목을 맨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청춘은 생각보다 오래갔다.”(김연수, 「내일 쓸쓸한 가운데 술에서 깨고 나면」 중)
젊었을 때는 젊음의 의미를 모른 채 살아간다. 그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랑할 때는 모르는 것처럼. 그것이 인간의 습성이다. 놓친 기차가 아름답듯 모든 소중한 것들은 뒤돌아볼 때 ‘진면목’이 보이지 않던가.

음악을 좋아하고, 수필을 소설만큼이나 맛있게 쓰는 소설가 김연수에게도 청춘은 그러했다. 무거운 병에 시달리는 엄마를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십대. 삶이란 ‘어쨌든 지나간다’는 것을 몸으로 깨닫는 시기. 자신이 서른 살 넘어서까지 살아있을 거라는 걸 모른 채 살아가는 시절. 어딘가로 잡혀가서라도 궁핍과 추위에서 벗어나고 싶던 겨울.
그것이 김연수의 청춘이었다. 누군들! 누군들 청춘이 그러하지 않았으랴. 젊음이란 마치 겨울에는 반팔 셔츠를 입은 듯, 여름에는 모피코트를 입은 듯한 거북함과 혼돈, 그리고 조울증을 닮은 불안감의 연속이다.

그 불편함과 끝닿을 데 모르는 가슴의 추위야말로 바로 삶의 내면이고, 그 내면과 부딪히는 그 시절이 또한 삶의 ‘봄날’이었음을 그 때, 청춘이었을 때는 모른다. 진심으로 말 하건데 오십대라는 삶을 살아갈 거란 예지를 했다면 나 역시 이십대를 다르게 살았을 거라고 확언한다. 더 경쾌하게, 더 솔직하게 갖고픈 것을 가지려 부딪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놓친 열차를 바라보며 부르는 ‘옛 노래’일 뿐. 청춘은 봄날처럼 짧고, 우리 인생은 그 봄날보다 더 찰나이다. 고로 지금 자신의 삶이 초췌하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라면 오른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에 갖다 대보라. 그 두근거림이 바로 그대가 가진 전부이고, 젊음만이 갖는 힘이다.

조금 쓸쓸하고, 약간은 잿빛으로 느껴지는 글들은 오히려 읽는 이의 가슴을 어루만져준다. 이 책에는 취해서 기다리는 이 없는 집으로 걸어 돌아가다 문득 바라보는 가로등이 주는 따스함이 있다. 젊음의 뒤안길에 만나는 기쁨과 슬픔에 위안을 주는 시와 음악들이 글의 끝머리에 같이 따라붙어 여운이 더 길어진다.
다시 봄날이 아닌가? 그대들의 청춘은 어디에 있는가? 지나간 젊음의 흔적은 무엇으로 남아있는가? 내 청춘을 더듬게 해 줄 문장을 그대는 갖고 있는지? 볕 잘 드는 창가에서 이 책과 함께 ‘나만의 문장’을 생각해보시길 권한다.

김남필 홍보팀장

저 자 김연수
출판사 마음산책
출판일 2004.05.01
페이지 244쪽

김남필 홍보팀장
김남필 홍보팀장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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