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함께’ 식사하는 작은 변화
백색볼펜. ‘함께’ 식사하는 작은 변화
  • 승인 2015.04.01 15:43
  • 호수 138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셜 다이닝

모르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 ‘집밥’을 아는가. 1인가구가 4가구 중 1가구 꼴로 증가하고 나홀로 식사족이 늘어가는 요즘, 함께 밥을 먹기도 하고 취미 등의 공통 관심사를 나누기도 하는 소셜 다이닝 모임이 인기다. 간단한 가입으로 누구나 원하는 모임을 열고, 날짜와 장소를 공지할 수 있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참가비를 지불해 신청할 수 있고, 이런 방식으로 한 번에 6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밥을 먹는다.

1만 개가 훨씬 넘는 모임이 만들어졌다는 집밥, 우리 대학 커뮤니티에서도 그 발걸음이 시작되고 있다. 개인주의화 돼가는 사회, 친구가 아닌 스마트폰을 마주하며 밥을 먹는 시대이다. 굳이 시간 뺏기고 돈 낭비하면서 학교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어 ‘자발적 아싸’를 자처하는 대학가이다. 그런데 이런 대학가에서도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수업을 듣고, 혼자 공부를 하던 사람들끼리 함께 어울리자는 커뮤니티가 활성화 단계를 밟고 있다.

1인가구가 증가했지만 외식문화는 아직 변하지 않아, 사회분화를 따라잡는 방식이 소셜다이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분석은 분석일 뿐, 개인주의가 심해진 사회와 대학가에서 함께 하자는, 함께 시간을 보내자는 바람이 불고 있어 의아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왕후의 밥, 걸인의 찬’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이라는 수필에 나오는 말이다. 남편이 출근하는 아내를 위해 아침상을 차렸지만 가난한 탓에 밥과 간장 한 종지밖에 차리지 못하고 미안한 마음에 글귀를 남긴다. ‘왕후의 밥, 걸인의 찬.’ 쪽지를 본 아내는 왕후보다 더 큰 행복을 느낀다.

수필 속의 뜻과는 조금 다르긴 하겠지만, 요즘 집밥이 유행하는 것도 ‘왕후의 밥, 걸인의 찬’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시간을 내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정성이다. 돈은 많지 않지만 정성을 쏟아 밥 한 끼 나눠먹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반찬 하나 보다 더 소중해진 요즘이다. 밥은 화려하지 않아도 행복을 줄 수 있는 상대방에게서 감동을 받은 아내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소셜 다이닝의 바람이 계속 불었으면 좋겠다. 값비싸고 화려한 반찬보다는 영양가 있는 대화가, 마음이, 사람이 가득 찬 대학과 사회를 만나고 싶다. 정성으로 서로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좋은 얘기를 나누게 해주는 함께하는 식사. 좋은 일이다. <惠>

惠
다른기사 보기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