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나의 노래를 부르고 나의 인생을 사는 삶
백색볼펜. 나의 노래를 부르고 나의 인생을 사는 삶
  • 승인 2015.04.01 15:45
  • 호수 1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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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그꽃」

소설가 이윤기가 산문집 「내려올 때 보았네」의 이름을 정하게 된 배경은 매우 흥미롭다. 처음에는 글발 좋은 사람들 앞에서 글을 쓰기 부끄럽다는 한 동호회 회원을 보고 남에게 주눅 들지 말고 ‘나의 노래를 부르고, 자신의 인생을 살라’는 말을 건네기 위해 「명창들 앞에서 노래 부르기」라는 제목을 지었다. 그런데 우연히 고은 시인의 시 「그꽃」을 읽고 자신의 산문집이 쓸모없이 느껴졌다는 고백을 했고, 이후 「그꽃」의 한 소절을 책 제목으로 하자는 편집자의 제안을 받았다. 그는 ‘어찌 까마득한 오도송 한 구절을 빌릴 수 있을까’ 라며 걱정했지만, 이 또한 ‘명창들 앞에서 노래 부르기’와 같다고 깨달아 고은 시인에게 허락을 받게 됐고, 이렇게 우여곡절 정해진 제목이 「내려올 때 보았네」라고 한다.

나의 노래를 부르면 되는 것이라는 이윤기 소설가의 말,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말이다. ‘나의 인생’이기 때문에 내가 살아가야 하는데, 주변에서 하는 말과 시선에 더 가중치를 두고 신경을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SNS에 업로드 하는 게시물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염두에 두고 써내려 가고, 프로필과 사진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끊임없이 보정의 터치를 가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수습기자 모집을 마감하고, 지원서를 찬찬히 검토했다. 학생기자를 꿈꾸는 1, 2학년들은 수습기자 포스터에 있는 이 문구를 보았다. 그들은 지원서에 하나같이 문제를 의식하고, 잊히는 것들을 잊히지 않게 하는 기사를 쓰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과연 단대신문은 그런 기사를 전하고 있는지, 그런 신문을 만들고 있는지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고, 문제를 말해줄때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모두가 “맞아” 할 때 “왜? 정말?”이라 물어야 하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다. 그런데 우리는 안일한 일상 속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보다는, 이미 문제가 공공연해 질 때 모두가 “안돼” 하는 순간만을 포착하고 있는 듯하다. 단대신문 역시 주체적으로 신문을 만들어나가기 보다는 주변의 시선과 말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반성해야 할 때이다. 독자에게 빠른 소식과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기사를 써 내려가지만, 독자의 반응에 민감해서 시선을 의식하고 주체적이지 못한 신문을 낸다면 잘못일 것이다.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시 「그꽃」의 전문이다. 주체적인 삶을 사는데 방해가 되는 또 다른 요소에는 조급함과 불안도 있다. 쉴 새 없이 지나가는 시간에 조급하고 불안한 시기이다. 주변과 전체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올라갔을 지라도, 내려올 때에는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을 볼 수 있길 바란다.
<惠>a

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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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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