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좋은 물들임으로 나를 가득 채워라
백색볼펜. 좋은 물들임으로 나를 가득 채워라
  • 승인 2015.04.01 15:47
  • 호수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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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어릴 적 캐나다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친언니를 오랜만에 만나, 예뻐진 모습을 심각하게 질투한 적이 있다. 언니의 손톱을 깨무는 모습조차도 아름답다고 생각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래서 한 번, 두 번 언니의 손톱 깨무는 예쁜(?) 모습을 따라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씹어대곤 했다. 그런데 잘근잘근 씹어대던 그 손톱이 온전한 크기의 3분의 1이 안될 정도로 줄어들기까지는 순식간이었다. 11살의 나이에, 미에 대한 질투심에 사로잡혀 시작한 손톱 깨물기가 평생 나의 콤플렉스가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그 버릇을 자그마치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달고 살았다.

한두 번 만에 이렇게 오래 자리 잡아버린 습관은 이상하게도 한두 번의 시도로는 고쳐지지 않았다. 이런 경험이 습관의 무서움을 깨닫게 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이다. 담배야 중독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이 끊지 못하는 이유에는 중독성보다는 습관의 영향이 크다. 가장 효과적인 금연의 방법은 ‘의지’라는 사실이 입증된 지 오래되기도 했고 말이다.

손톱을 그만 깨물기 시작한지 어느덧 1년이다. 하지만 지금도 틈만 나면 입에 물었다 멈추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나는 습관, 버릇이라는 게 얼마나 사람에게 쉽게 물드는 것이며, 얼마나 고치기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잘 안다.

편한 것, 쉬운 것, 안 좋은 것들이 흔히 반복되다 습관으로 고착된다. 이런 것들이 한두 번 만에 습관이 되는 걸 여러 번 경험해 본 적이 있는 우리는 왜 유익하고 좋은 것을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두 번조차 노력하지 않을까? 분명 조금만 반복하다보면 내 몸에 베일 텐데 말이다.

대부분 지금 갖고 있는 자기의 습관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아주 많다.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신경도 쓰지 않는다던가 현재 가지고 있는 나쁜 습관들만 고치려고 한다. 현대인들은 시간이 갈수록 나쁜 습관이나 버릇을 쌓아가면서 도리어 다른 곳에 시간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성적이 얼마이든, 돈을 얼마나 벌든 건강과 인성을 해치는 버릇 하나가 진짜 자신을 형성하는 데 말이다. 나의 자세와 태도가 올곧다면, 그것은 내 결과에도 똑같이 반영되길 마련이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이 ‘진짜 자기관리’를 잘하는 사람은 그만큼 좋은 성적을 낸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안 좋은 성적을 가지는 것은 고사하고, 안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없애려고 애쓰는 시간보다, 좋은 습관 하나를 나에게 물들이는 시간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손톱을 깨무는 습관을 없애게 된 것은 손톱을 깨물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 때문이 아니라, 근력운동이라는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데에 관심을 분배시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다른 습관을 하나 둘 계속 만들어 가다보면 안 좋은 습관도, 성적도 자연스레 개선될 것이다. 어떻게 바라보냐의 차이지만,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더 빠르게 들일 수 있는 방법과 좋은 것을 늘려간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惠>

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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