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심리학 ③ 스트레스의 필요성
당신의 심리학 ③ 스트레스의 필요성
  •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4.04 19:51
  • 호수 13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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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

현대인들은 스트레스의 천국에서 살고 있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스트레스를 받는다. 더 높은 위치에 올라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덜 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항상 우리 곁을 따라붙는다. 스트레스를 아예 받지 않으려면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이처럼 할 수 있다면 과연 행복하고 좋을까? 1950년대에 캐나다 맥길대학교에서 진행한 심리학 실험을 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연구자들은 심리학 실험에 자원한 대학생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이 실험에서 해야 할 일은 오로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대학생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실험에 참여하는 대가로 적지 않은 일당(현재 가치로 100달러 정도)을 약속받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실험에 대해 자세히 안내해 주었다. “여러분은 가능한 모든 감각자극이 차단된 상태로 작은 실험실의 간이침대에 누워 있어야 합니다. 반투명 고글을 쓰고, 팔은 원통에 넣고, 손에는 면장갑을 착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머리를 파묻을 수 있는 U자형 베개를 사용해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할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사람으로부터 자극을 박탈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이 실험을 너무 쉽게 여겼다. ‘못 잤던 잠이나 실컷 자면 되겠거니’ 생각한 이들이 많았다. 실제로 첫날은 대부분 잠을 청했다. 아무런 자극이 없는 곳에서 아주 편안하고 달게 말이다. 그리고 잠에서 깬 후에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고민도 하고, 미래의 계획도 세우고, 추억에 빠져보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지루해지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 지루함은 견딜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의식주가 모두 갖추어져 있고, 외부 자극에 의한 스트레스도 차단할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더는 견딜 수 없었다. 결국 모든 이들은 2~3일 만에 실험을 포기했다. 개중에는 정서 불안을 비롯해 일시적이지만 환각을 경험한 사람도 있었다.

언뜻 생각하면 아무 일도 안 하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제시된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듯 인간의 뇌(정신)가 정상 활동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자극이 필요하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심심해 죽겠다”라는 말은 정말 맞는 표현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극을 추구하는 존재다. 혹자는 “많은 돈을 벌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히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퇴직한 이후 경제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또다시 일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없애는 방법이 아니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이다. 잘만 대처한다면 스트레스는 우리의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데 꼭 필요한 자극으로 변모할 것이다.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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