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심리학 ① 커피전문점이 도서관으로
당신의 심리학 ① 커피전문점이 도서관으로
  •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4.04 20:03
  • 호수 18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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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에서 찾은 사회적 촉진과 저하

1999년 7월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 1호점이 문을 연 이후,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이 됐다. 커피전문점은 현대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식사는 걸러도 커피는 거르지 않는 이들이 생겨났고, 생활비에서 커피 값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커피전문점에서 연인이나 친구를 만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돼버렸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커피전문점에서 업무를 보고,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커피전문점에서 조별 모임을 갖거나 개인 공부를 하는 것은 보편적일 정도이다. 업무야 그렇다 쳐도 공부나 독서를 커피전문점에서 하다니!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려면 쥐죽은 듯 조용한 도서관이 적격 아닌가? 무슨 이유로 조용한 도서관을 두고 시끌벅적한 커피전문점을 찾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사회적 촉진(Social facilitation)’ 때문이다. 사회적 촉진이란 혼자일 때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수행이 향상되는 현상이다. 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스포츠심리학자인 트리플렛(Norman Triplett)이다. 그는 사이클 선수들이 시합 전 준비운동을 할 때, 혼자일 때 보다 다른 선수와 함께할 때 더 빨리 달린다는 것을 목격했다.

한 실험에서는 아이들에게 줄을 감으라는 과제를 주었다. 이때 아이들을 두 조건에 배치했는데 한 조건에서는 혼자, 다른 조건에서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하도록 했다. 실험자는 아이들에게 줄을 감는 속도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일러주었으며, 어떤 보상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두 조건의 차이는 단지 ‘혼자’와 ‘함께’였다. 하지만 두 번째 조건의 아이들이 줄을 훨씬 빨리 감았다.

심리학자들은 이와 반대 현상, 즉 타인이 존재하기에 오히려 수행이 저하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를 ‘사회적 저하(Social inhibi tion)’라고 한다. 타인의 존재가 수행을 증가시키거나 저하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제의 난이도가 그 열쇠다. 쉬운 과제는 타인과 함께 있을 때 더 잘하지만, 어려운 과제는 그 반대인 것이다.

커피전문점에서 하는 공부나 독서, 업무도 마찬가지다. 매우 어렵다거나 해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상황이면 커피전문점은 좋은 장소가 아니다. 그러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나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업무, 그리고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는 공부는 너무 조용한 곳보다는 오히려 조금 소란스러운 곳에서 수행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만약 커피전문점에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골똘히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옆에서 부담 없이 떠들어도 된다. 그는 분명 가볍게 할 수 있는 게임이나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을 것이다. 공부하는 것 같아도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어려운 공부나 독서라면 커피전문점에 오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반복적이고 지겨워서 계속 딴청을 피우게 되는 업무나 공부를 능률적으로 하고 싶은가? 오랜만에 가벼운 책을 읽고 싶은가? 조용한 도서관보다는 커피전문점이 좋은 장소가 될 수도 있다.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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