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기준의 사과 대자보 홍수
모호한 기준의 사과 대자보 홍수
  • 임수현·김아람 기자
  • 승인 2015.04.05 13:25
  • 호수 13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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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공론의 장 ‘대자보’ 보다 신중하고 명확해야

새 학기 시작과 함께 대학 캠퍼스 곳곳에 대자보가 붙었다. 80년대부터 대학의 여론표출은 ‘대자보’의 형태로 나타났다. 때때로 잠시 붙었다가 찢겨지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 내용은 입에서 입으로 퍼지고 학생들 사이에서 큰 공론의 장을 형성시켰다.

하지만 최근 들어 목적과 의미가 모호해지고 단순 사과식인 대자보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대자보를 통한 사과 글에 대해, 김남희(경영·2) 씨는 “대자보를 쓰는 것 자체가 면죄부가 된 것 같다”며 “대자보를 쓰고만 끝내는 것이 아니라, 사과한 만큼 행동으로 보여주는 성숙한 대학 문화가 형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이강희(행정·3) 씨는 “수습에 급급한 사과문보다는 이전의 잘못을 어떤 식으로 고쳐나갈지 구체적인 계획을 명시하는 게 신뢰를 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는 우리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A씨는 “엠티 사고에 대해 너무 상세하게 밝히고 사과한 글을 봤는데, 학과 안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을 너무 하나하나 자세히 밝히는 것은 오히려 보기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원칙적으로 대자보는 학생처에서 허가한 게시물만 교내에 게시할 수 있지만, 학생처 측은 학생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배려해 허가를 받지 않았어도 웬만한 대자보에는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죽전캠퍼스 문종현(연극영화·4) 총학생회장은 “대자보 부착에 기준이나 제한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지성인으로서 대학생들이 자신의 생각과 견해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대자보이다. 유일무이한 기준은 작성자의 자유로운 생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자보를 붙이는 기준에 대해 학생처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게재된 규정대로 하되, 내용이 타 학생들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특정 단체의 이윤을 추구하거나, 맹목적인 비난을 목적으로 하는 게시물은 교내의 질서 유지를 위해 허용치 않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학생 팀의 허가는 대자보의 내용 검열 목적이 아니라 교내의 질서를 유지하고, 더 많은 학생들이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하기 위함이다”고 전했다.

이소연(영어영문·3) 씨는 “대자보 부착은 대학생들의 자유지만,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발언의 자유를 내세우는 것이 마땅하다”며 추후 개선될 대자보의 방향을 제안했다.

임수현·김아람 기자
임수현·김아람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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