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 김재련 국장 : 폭력의 그늘에서 여성과 아동의 인권을 구하다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 김재련 국장 : 폭력의 그늘에서 여성과 아동의 인권을 구하다
  • 임수현 기자
  • 승인 2015.04.05 13:39
  • 호수 13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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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 김재련 국장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에게 법률 지원을 해온 변호인의 공로를 치하하는 ‘2012년 여성 인권 변호인상’을 수상하며,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 국장 자리에 오른 김재련 국장. 여성 인권 변호인으로 시작해,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아픔을 공유하며 공익을 위해 헌신하는 공직자에 오기까지, 가슴 속 살아있는 정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법조인으로서의 정의에 대한 갈구를 이제는 공직자의 자리에서 정책으로 풀어나가는 그의 열정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김재련 국장을 만났다. <필자 주>

▲ 학창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 처음부터 변호사가 되고 싶었는지. 시골 농촌마을 출신으로, 어렸을 때 말을 잘해서 어른들이 자주 크면 변호사를 하라고 하셨었다. 여고시절엔 밴드부에 들어가 악기를 연주하면서 야간 자율학습도 안하고 놀러 다니다 보기 좋게 재수를 하기도 했다. 재수를 준비하는데, 걸프전이 발발했고 방송에서 본 여기자의 취재모습이 멋있어서 처음에는 기자가 되고 싶었다. 신방과에 가고 싶었지만, 그 당시 한국사회에서 여기자가 무시를 당하고 힘들다는 소리에 충격을 받아 기자를 포기했었다. 그래서 여성이지만 주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며 활동할 수 있는 법조인을 선택하게 됐다.

▲ 다양한 분야 중 왜 하필 여성인권관련 변호사를 희망했나.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기 전에 여성과 관련된 일을 하는 대학선배 사무실에서 시보를 했다.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면서 이전에는 잘 알지 못했던 여성 폭력 피해와 차별로 인한 권리 침해 사례를 보면서 여성인권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다 연수원 수료 후 대학선배가 같이 일하면 좋겠다고 해서 변호사로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여성관련 사람들을 알아갈 수 있었고, 여성·아동 폭력 피해자에 관심이 가 발을 담그게 됐다. 대학 선배이자, 현재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인 이명숙 변호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다양한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한 딸을 뒤늦게 알게 된 어머니의 도움으로 아버지를 소송한 사건이었다. 재판에서 판사가 피해자에게 “가족인 아버지를 소송해서 감옥에 간다면 마음이 편하겠는가?”라는 치명적인 질문을 했다. 그 때 어쩔 줄 몰라 하며 슬퍼하는 피해자를 보고 나도 눈물을 흘렸다. 피해자는 그 어떤 고통보다 판사의 말이 자신을 가장 힘들게 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미용관련 공부를 하는 학생으로 아직까지 연락하며 지내고 있고, 평생 머리는 공짜로 해주겠다고 해서 좋았다(웃음). 이처럼 폭력피해자 사건은 사건의 결과를 떠나서 열심히 지원했을 때 굉장히 고마워해 몸이 많이 힘들어도 큰 보람을 느낀다. 어떤 면에서는 내가 힐링을 받기도 한다. 사건이 늘 좋게만 끝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가졌던 피해자와 섭섭한 관계가 되기도 하지만 비교적으로 서로 감사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서 뿌듯했다.

▲ 2012년도 여성 인권 변호인상으로서 사회에 공히 알려졌다. 많은 공헌을 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이미 알고 있어서 간단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법률이 매우 어렵다. 가정 성폭력으로 인한 결혼 이주여성, 아동학대 피해자들을 변호하는 일에서 법률적으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했는데, 이 분야에서 쌓인 경험을 같이 공유하고 법률적인 지식을 나눠 많은 분들이 인정을 해 주신 것 같다. 여성 인권 변호인상 소감에서 말했듯이 변호사는 항상 을이며 누군가의 대리인이다. 개인이 잘해서 받았다기보다 함께 지원을 한 사무실 직원들, 단체들의 분들을 대리해서 받았다고 생각한다. 100% 도움만 준 게 아니라, 나도 전문성을 더 쌓는 계기를 갖게 돼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 그 공로로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 국장이 됐다. 변호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2013년 6월부터 2년째 근무 중인데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공무원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변호사로서 일했을 때는 이런 제도를 공무원들이 빨리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공무원 혼자만의 의지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다른 부처 사람들을 만나서 하는 이야기는 개인으로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공직자로서 정책에 대한 우리 부처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라 더 신중해야하고, 우리 부처와 정부를 대표해 하는 말이라는 것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것에 대해 소극적이면 복지부동이 된다. 행동은 신중해야 하지만 지지를 얻기 위해선 업무와 방향을 잘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 여성가족부가 하는 일을 간단하게 알려 달라. 기본적으로는 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을 한다. 범인을 검거하는 일을 하는 경찰의 협조와 엄중한 벌을 내리는 검찰, 법원까지 모든 부처의 협력이 필요한 것이 여성가족부이다. 따라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4대 악 중에 성폭력, 가정폭력이 들어가는 만큼 경찰들과 많은 협력을 하고 있다. 또한 교육부, 국방부 등과 같이 협업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만 정책수혜 대상자인 국민들에게 제대로 도움을 줄 수 있다.

▲ 어떤 일이 가장 보람 있는가. 변호사로 활동하며 실제현장에서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을 직접 개선하고 정책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피해자 한 명을 위해서였다면, 이곳에선 다수의 피해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정책을 만든다. 정책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일이 공직자로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이다. 변호사라는 직업도, 공무원으로서 정책을 만들어 집행 및 보완하는 것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 같다.

▲ 향후 여성과 아동의 권리를 위해 어떤 방안을 준비 중인가. 피해자를 위한 서비스를 요청하지 않으면 지원제도는 장식에 불과하다. 피해사실을 이야기해도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비밀보장을 하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여성의 권리 못지않게 아동의 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동에 대한 주변사람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아이의 위생상태, 건강상태, 심리상태에 관심을 갖고 다가갔을 때, 아이가 학대에 노출돼 있다면 조치를 취해 달라. 매월 8일은 ‘보라데이’(당신의 관심이 폭력을 멈춥니다.)이다. 보고 신고해라, 신고하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 전문가가 있는 시스템을 통해 아동의 인권을 존중해 줘야만 우리사회가 건강해진다. 보라데이를 계기로 주변을 보고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 인생의 좌우명은. ‘역지사지(易地思之)’, 입장 바꿔 생각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행동을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화로 풀면 극단적인 충돌이나 대립은 없을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무엇보다 소통과 배려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매일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현재의 여건이나 가족들,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생활한다.

▲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 자식에게도 자주 하는 말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을 위해서 ‘자신감을 갖고 집중하며,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끊임없이 연습하라’고 전하고 싶다. 스스로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말고 도전했으면 한다. 그래도 힘이 들면, 누구에게라도 물어보고 도움을 청하고 최대한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수현 기자
임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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