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우리 대학 성소수자 모임
[단독 인터뷰] 우리 대학 성소수자 모임
  • 김보미
  • 승인 2015.04.05 14:26
  • 호수 138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가에 울려 퍼진 ‘성소수자 인권’을 향한 외침, 우리 대학도 신입생 모집 자보로 첫 신호탄 울려

전캠퍼스 곳곳에 붙여진, 흰 대자보에 붓펜으로 갈겨 쓴 ‘신입생 여러분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로 우리 대학 성소수자 모임의 회원 모집 자보로, 암암리에 집결했던 그들이 처음으로 대학에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에 최근 학내 커뮤니티에서 성소수자 모임이 재학생들의 화두에 오르고 있다. 지난 25일 모임 대표 A씨(남성대표)와 B씨(여성대표)를 만나봤다. <필자 주>


현재 우리 대학 성소수자 모임의 회원은 총 50여 명으로, 남녀 비율은 2:1이다. 80%가 재학생이며 졸업생들도 대학 성소수자 모임 연대 ‘QUV’의 정기회의 및 활동에 함께 참여한다. A와 B 대표는 “아직까진 비공식적인 모임이지만, 올해부터 학내 정식 인준을 받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작년 9월부터 여성 회원들을 모집하면서 규모가 커졌고, 본격적으로 홍보 및 학내 정식 인준의 필요성을 느껴 대자보를 붙이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존 회원들의 정보 유출의 문제로 아직까진 오직 성소수자만 가입할 수 있다. 또한 주로 친목 위주지만, 특별한 활동으로는 △서울시민 인권헌장 폐기에 대한 서울시청 점거농성 참여 △성소수자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멘토링 △대자보 붙이기가 있다.

우리 대학 성소수자 모임은 90년대 즈음부터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A 대표는 “공공연하게 얘기하기 어려운 고민들을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심리는 과거부터 계속됐을 것”이라고 그 역사를 추측했다. 또한, 규모는 때에 따라 유동적이었다고 답했다.

한편, 얼마 전 학내 커뮤니티 단쿠키에서 이들을 ‘성관계를 주로 하는 모임’으로 비하하는 글이 게재돼 단쿠키 운영진으로부터 삭제조치를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더해 회원모집을 알리는 대자보는 누군가에 의해 악의적으로 찢기기도 했다.

B 대표는 이에 대해 재치 있게 대응을 했지만, “학내에 동성애자에 대한 부족한 담론과 편협한 시선이 형성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도 구분을 못 하시는 교수님과 같이 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이성애 중심적인 사고에 맞서기 위해 더 공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성소수자 모임에 대한 재학생들의 전반적인 시선에 대해선 “예상외로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대자보에 적힌 카카오 톡 모임 계정으로 응원의 메시지 및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논란이 있었던 단쿠키 게시물에도 응원하는 댓글이 달렸었고, 찢긴 대자보의 자리에는 응원 문구가 적혀있기도 했다”며 “이러한 반응들이 놀랍다”고 답했다.

신입생 유치와 관련해선 “성소수자라면 목적에 관계없이 누구나 환영하며, 친목이나 인권활동 등 다방면으로 연결하고 있고 학내에서도 다양한 사업을 구상 중”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덧붙여 “타 대학의 경우 학교의 지원을 받아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학회 및 토론이 이뤄지지만, 우리 대학은 미비한 실정”이라며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처럼 최근 대학가에서 성소수자 모임 및 동아리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얼마 전 서강대와 한양대에서 성소수자 모임이 학내 자치기구가 됐고, 서울예대 또한 중앙동아리로 승인됐다. 앞서 서울대와 이화여대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모임의 정식인준을 거쳤으며, 고려대 또한 중앙동아리로 오래 전부터 인정받은 바 있다. 이에 우리 대학 모임도 올해 처음으로 신입생 모집 대자보를 붙임으로써 그 목소리에 동참했다.

끝으로 모임의 목적 및 추후 행보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회원 개개인이 사회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주기 위해 내부교육 및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학내공식단체나 총학생회, 학생복지위원회 등과 연대 사업을 진행하며, 모임의 정식인준 및 학내 성소수자 담론 형성에 힘쓰겠다”고 답했다.

김보미
김보미

 spring2@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