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오브시네마 4.사랑을 놓치다, 중독
사운드오브시네마 4.사랑을 놓치다, 중독
  • 성윤규 문화칼럼니스트
  • 승인 2015.04.06 01:58
  • 호수 13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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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절절함을 극대화하는 선율

많이 쓰고, 보고, 듣고, 읽는 것이 직업이다 보니 평소 질문을 많이 받곤 한다. 그 가운데 대답하기 가장 어려운 유형은 책임감을 동반하여 답을 해야 할 때이다. 예를 들어 “사랑이 식은 것 같아요. 헤어져야 할까요?” 식의 물음은 본인을 난처하게 만든다. 내가 두 사람의 인생을 결론지어줄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어찌 함부로 대답할 수 있겠는가. 보통 이런 경우에는 사랑에 관한 슬픈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관련 책을 읽어보길 권유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다른 사람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많이 느껴보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보라는 깊은 뜻이 내포되어 있다. 위와 같이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영화에는 반드시 스토리 못지않은 절절한 음악이 등장하기 마련. ‘슬픔을 극대화 시켜주는 영화음악’은 어떤 곡들이 있을까?

<광해, 왕이 된 남자 (2012)>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의 멜로 연출작 <사랑을 놓치다 (2006)>는 10년 만에 재회한 사랑과의 애틋함을 스크린에 잘 풀어내며 옛사랑의 추억을 불러일으켰던 영화이다. 남녀 주인공을 맡은 설경구, 송윤아가 실제를 방불케 한 완벽한 사랑 연기로 영화 몰입을 돕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영화 전반에 울려 퍼지는 음악이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영화의 메인 곡이었던 조규만 작곡의 ‘사랑한다는 흔한 말’, 루시드 폴의 곡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등이 가수 김연우의 목소리로 불리면서 두 주인공의 상황을 극대화 시켜 주었다. 영화가 나온 2년 뒤 발매된 김연우의 3집 <사랑을 놓치다>라는 영화와 동명의 타이틀의 앨범은 그가 대중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었다.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영화는 아니지만, 필자가 영화 OST 수작을 뽑을 때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영화는 이병헌·이미연 주연의 <중독 (2002)>이다. 제40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여우 주연상을 받았을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무엇보다 당시 멜로 영화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던 반전의 매력도 가지고 있었지만 대중적이지는 않았던 스토리와 전반적으로 어두운 이야기 전개가 흥행의 발목을 잡았었다. 영화를 보고 내내 귀를 쫑긋 세우게 하는 <중독>의 영화음악은 베이시스 출신의 뮤지션 정재형이 맡았는데 장면 장면마다 극 중 인물의 심리를 음악적으로 표현함이 매우 훌륭하다. 특히 비가 오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던 ‘La Pluie’(프랑스어로 ‘내리는 비’를 뜻함)는 두 주인공의 답답하면서도 애석한 순간을 한껏 끌어올려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감성에 젖고 싶은 비 오는 날 위에 곡들을 듣게 된다면 어느새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성윤규 문화칼럼니스트
성윤규 문화칼럼니스트

 dkdds@dankook.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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