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직업탐구59. 정재희 기관사
리얼직업탐구59. 정재희 기관사
  • 김채은
  • 승인 2015.04.06 02:00
  • 호수 13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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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들의 편의를 책임지는 봉사심과 자부심
남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면 불규칙한 생활도 감수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자신의 직업을 천직이라 여기는 정재희 기관사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 무궁화, 새마을 호 등의 기차를 맡아 운행하고 있으며, 20년 동안 무사고 기록으로 근무해왔다. 그에게 타인의 편리함 속 감춰진 기관사의 노력을 직접 들어봤다. 흔히 철도대학을 나오면 기관사로의 취업이 보장될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과거에는 필기와 기능을 나눠 치르는 운전면허 시험만 충족하면 됐다. 하지만 오늘날 운전기관사 면허는 기본으로 작업태도, 품성 등을 측정하는 ‘문답형’과 속도예측 능력, 주의력, 거리지각 능력, 안정도 등을 측정하는 ‘반응형’ 적성검사까지 필요로 한다.

정 기관사는 가장 힘든 점으로 ‘수면부족’을 꼽았다. 매주 운행시간표가 다르게 나와 자는 시간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일정하지 않은 시간표에 간혹 출근 시간을 깜빡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고, 전 주 시간표와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며 탄력적인 기관사의 하루가 직업상의 고충이라고 설명했다.

정 기관사는 ‘수면부족’ 외에는 기관사의 직업 상 스트레스 받는 요인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설날, 추석과 같은 명절에 고향을 찾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하고, 남들은 돈 주고 하는 계절 여행을 무료로 구경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긍정적인 생각을 밝혔다. 또한, “틈틈이 시간 날 때 병원이나 은행도 다녀올 수 있고, 자녀의 학교를 직접 데려다줄 수 있는 자율성도 소소한 행복이다”며 만족했다.

사람들이 자주 하는 질문에 대해 그는 “많은 사람들이 운행 중 화장실이 급할 때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해 한다”며 조심스럽게 운을 띄었다. 궁금증의 답은 바로 참는 것. “혼자서 운행할 경우 대신 운전할 사람이 없고, 사람들의 시간 약속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참고 최종 목적지에 도달 한 후 볼일을 본다”고 말했다. “기관차의 발달로 자동 운행될 것이라는 착각이 많은데 아직 자동식보다 수동식이 많아 직접 기계를 다뤄 움직인다. 운전석 뒤에 기계실도 따로 있다”고 밝혔다.

최근 뉴스에 사상사고 외상 후 스트레스를 받아온 기관사의 자살 소식이 잇달아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안타까운 소식에 정 기관사는 “산짐승이나 사람이 기차가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끼어들거나, 방향 조절을 못해 사고가 종종 발생 한다”며 사고를 목격한 기관사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철도공사기관에서 진행하는 심리 치료 프로그램이나, 동료들끼리 만든 동호회를 통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도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 기관사는 “기관사는 타인에 대한 봉사심이 요구되는 직업”이라며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감이 바탕이 된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다”라고 강조했다. 365일, 타인의 편의를 위해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기에 오늘도 편안히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김채은
김채은

 32141246@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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