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단위 조정에 불편 겪는 학생들
학문단위 조정에 불편 겪는 학생들
  • 취재팀
  • 승인 2015.04.07 16:30
  • 호수 1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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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통합? 후속조치 지지부진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교육부의 대학 정원감축 정책으로 인해 우리 대학에서도 학과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캠퍼스 통합을 골자로 한 학문단위 조정 정책에 따라 기초 전공지식이 유사한 학과들과 기존 죽전·천안 중복학과들이 하나로 통폐합됐다. 하지만 현재 학과의 특성, 학생의 혜택보다 예산의 효율적 배분에 중점을 두고 진행한 통폐합으로 인해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국제경영학과 △예술대학 동양화과 등 다수의 학과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2013년 3월 죽전캠퍼스와 천안캠퍼스의 시각디자인학과가 죽전캠퍼스 소속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로 통폐합됐다. 이에 따라 천안캠퍼스 시각디자인과 2·3·4학년들이 죽전캠퍼스에서 강의를 듣고 있지만, 죽전캠퍼스 소속 학생들과 구분돼 수강하고 있다. 또한, 장학금이나 학생회비 등의 금전적 지원 역시 해결방안이 모호한 상태로 파악됐다. A(시각디자인·3) 씨는 “다음 학기 강의 개설 계획이나 장학금 및 학생회비 등의 문제를 학교가 학생들과 충분히 소통과 협의를 거친 후 해결해주길 바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제도상 ‘완전한 통합’을 이루지 못한 만큼 사제지간의 정도 돈독하지 못하다. B(커뮤니케이션디자인·4) 씨는 “전공 교수님께서 공공연하게 천안캠퍼스에서 온 학생들은 학과 MT에 참여하지 말라고 해 학생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며 “하지만 현재는 다 같이 MT를 갈 수 있게 원만히 문제가 해결된 상황이다”고 전했다.

또한, 국제경영학과도 지난 2013년 죽전·천안캠퍼스의 국제경영학과와 글로벌경영학과가 통폐합됐지만,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와 마찬가지로 △준비되지 않은 학사구조(학부 수강신청 서버 문제·성적처리기준·교양 선택·교류수강) △행정시스템의 사각지대(학생 복지 혜택) △대학구성원들의 차별 등의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학과통합으로 인해 죽전캠퍼스에서 수업을 듣게 된 천안캠퍼스 학생들은 △학생 예비군 훈련 △해외학술탐방 △ROTC가입 △교내 근로장학생과 같은 혜택을 전혀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강의가 진행되는 죽전캠퍼스로 통학을 해 학적 상 소속된 천안캠퍼스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지원해도 참여가 불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C(글로벌경영·3) 씨는 “천안캠퍼스의 본래 학과가 폐지됨에 따라 돌아갈 곳도 없는 실정”며 “통합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고 하더라도 제도·행정상의 구제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에 기획평가팀 관계자는 “양 캠퍼스가 통합된 직후인 과도기적 시점에서 발생할 문제들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며 “제도·행정적 측면의 업무들 중 학칙과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사항들부터 우선순위를 매겨 각각 담당 부서에 넘겨 최선을 다해 처리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학내구성원간의 차별문제는 교학처에 민원제시를 하면 타당성을 판단해 해결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외부 기관에서 주관하는 사업은 법적으로 학적이 다르면 불가한 사항들이 존재해 현재에도 학생들과 함께 교육부에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중이라는 입장이다.

D(분자생물·4) 씨는 “학교 측에서는 정책시행의 과도기의 혼란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그 시기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점인 학생들도 있다”며 “우리 대학 학생으로서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들마저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해당 부서 관계자에 따르면 학부제와 학과통합 시행은 전공과목에 기초전공지식이 유사한 경우 전공 기초 과목을 적게 개설해 매 학기 배당된 예산과 과목 수를 전공심화과정이나 과 예산에 투자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천안캠퍼스는 기초 전공지식의 유사성으로는 통합이 어려운 △동양화과 △서양화과 △조소과 △공예학과를 2016년부터 ‘미술학부’로 통합해 운영할 예정이라 밝혔다. 전공에 관계없이 2학년까지 학부공통과목을 수료하게 하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지난 한달 간 천안캠퍼스 동양화과 학생들이 수업거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는 수업이 재개됐으나 학교와 동양화과 학생들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천안캠퍼스 임이랑(동양화·3) 동양화과 회장은 먹과 화선지를 주로 사용하는 동양화과 학생들이 데생, 소묘 등을 배우며 2년을 보내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다른 예술대학 학과와 비교해 보다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동양화과의 특성상 1학년 때부터 심도 있는 교육을 받아야하는데, 학부제가 시행되면 이러한 교육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A학과 교수 역시 “학과의 특성과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진행하는 학부 통합은 있어서는 안된다”며 “향후 인재 육성에 큰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대학에 발전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교 측이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는 하나 현재까지 마땅한 조치가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학생들의 원활한 학교생활을 위해 조속한 통합 이후의 제도적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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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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