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출신 스타강사 최형만(연극영화·08 졸) 동문
코미디언 출신 스타강사 최형만(연극영화·08 졸) 동문
  • 권혜진 기자
  • 승인 2015.04.07 16:35
  • 호수 138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끝없는 열정과 유쾌함으로 인생의 오후를 공부하는 만학도

인풋 없는 아웃풋 기대 말고, 도전적인 목표를 세워 끊임없이 공부해야


코미디언의 인생에서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스타강사로 자리매김한 최형만(연극영화·08 졸) 동문. 늦은 나이에 우리 대학 연극영화과를 훌륭한 성적으로 조기졸업한 그의 인생은 다사다난했다. 현재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꿈꾸고 도전하는 이야기를 지난 1일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의 한 카페에서 들어보았다.
<필자 주>

▲ 어릴 적부터 코미디언을 꿈꿨나. 어릴 적에는 넉넉하지 못한 형편 탓에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집이 부유하지 못했고 연로한 부모님을 부양해야 했기에 대학을 절박하게 꿈꾸지는 않았다. 결국 재수를 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방송국 오디션에 참가했고, 코미디언 시험에 도전해서 합격을 했다. 처음엔 코미디가 마냥 좋아서 시작했지만 아픔도 많이 겪었다. 코미디언이라는 직업을 소명으로 생각하기에는 많은 것들이 부족했던 것 같다. 가장 좋았지만 가장 아팠던 순간, 그것이 바로 코미디언으로서 살아가던 나의 인생이다.

▲ 코미디언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재밌는 일화가 있다면. 신인 때 대본 리딩 중 내 대사를 과장하면서 읽은 적이 있는데 연기가 자연스럽지 않아서 담당 피디가 핀잔을 줬다. “너는 왜 그렇게 연기가 오버야. 꼭 그렇게 읽어야 해? 오버 하지마, 오버 하지 말라고!” 순간 너무 당황했지만 재치를 발휘해서 “알았다. 오바”라고 대답했다. 피디와 연기자들이 그 말을 듣고 모두 박장대소하며 삭막했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풀린 적이 있다. 그 날 이후로 더 자신감을 갖고 방송에 임할 수 있었고 내 이름도 조금씩 알릴 수 있게 됐다.

▲ 코미디언이라는 화려한 직업을 뒤로 하고 외부강사, 책 집필, 대학원 공부 등 다양한 일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내 세대의 코미디언들은 화면에서 사라졌다. 신자유주의경제가 활기를 띠면서 방송국 또한 철저하게 이익을 남기는 기업으로 변모했다. 때문에 우리 같은 나이 많은 코미디언들은 설자리가 없어졌다. 상품화 되는 연예인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생각하기 보다는 몸으로 하는 개그가 성행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한 흐름을 스스로 버텨내지 못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강의와 책 집필이다. 아직도 가끔은 개그를 하고 싶지만 내가 자신 있는 것을 찾아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 훌륭한 성적으로 조기 졸업을 하고 ‘이사장 공로상’을 받았다. 그럴 수 있었던 원동력은. 존경하는 코미디언 선배 한 분이 있다. 그 선배가 성균관대학교에 진학해 공부를 시작한지 3년 만에 조기 졸업을 하며 대통령상까지 수상한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 그래서 폭소클럽이라는 프로그램을 끝내고 시간이 남기에 내 인생에서 해보지 못한 대학 진학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것이다. 그렇게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코미디언들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입학했다고 생각해 더 열심히 공부했다. 조기 졸업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학점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꿈꿔왔던 목표를 생각하며 끝까지 버텼다. 그렇기에 공로상까지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만학도로서 대학 공부를 하며 특별히 느낀 점은. 대학원을 다니고 싶어 성균관대 예술철학대학원에 들어갔다가, 또 기독교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장로회 신학대학원에 들어갔다. 이로도 부족하다고 느껴 졸업을 뒤로 하고 지금은 경희대 경영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개그, 소통으로는 강의에 한계가 있어서 일종의 터닝 포인트로 선택한 길이다. 학교에서 창조경영을 배우고 있는데 배움의 재미를 한껏 즐기고 있다. 지식은 배움에서 앎으로, 그리고 삶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요즘 많은 대학생들이 배움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스펙과 경력만을 쌓아서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더 큰 꿈을 찾지 않고 모두가 안정만을 찾으니 누가 가슴이 뛴다 해서 불안정한 직업을 희망하겠는가.

▲ 외부 강사로서 하는 강의는 주로 어떤 내용인가. 보통 관점과 소통에 관한 것인데 일상 속에서 그냥 지나치던 것들을 ‘통찰의 힘’으로 보는 것이다. 비난하는 상대에게서도 사랑을 찾아내는 것이 진짜 ‘유머’이며 그 깊은 뜻을 전달하고자 강의를 하곤 한다. 아직 부족하지만 내 강의를 듣고 많은 사람들의 의식과 인식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무언가를 바라기 전에 우선 자신이 먼저 달라져야함을 잊지 않기 바란다.

▲ 슬럼프가 오는 경우 어떠한 방법으로 이겨내는 편인가. 젊었을 때는 술을 먹고 노래를 부르는 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었지만 지금은 운동을 한다.슬럼프가 오고 말고는 자기가 선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울해하고 가만히 신세한탄을 하고 있기 보다는 최대한 활동적인 일을 찾아서 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산악자전거 타기, 하루 영화 2편 보기, 골프, 독서 등 최대한 생산적인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슬럼프를 이겨내려고 악을 쓰고 애쓰는 것보다는 적당히 나의 여가 생활을 즐기며 삶을 여유롭게 살아가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 코미디언, 외부강사, 대학원생 중 하나만 택하라 하면 무엇을 선택하고 싶은가. 코미디언으로서는 더 이상 보여줄 게 없다. 지금은 내공을 쌓는 과정인 대학원생이 좋은 것 같다. 인생에서 인풋 없이 아웃풋을 기대할 수는 없다. 사랑, 권력과 내공은 적금이 아니다. 배운 만큼 나누고 베풀 줄 아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는 외부강사로서의 삶도 굉장히 매력 있다고 생각된다.

▲ 현재 책을 집필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책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4월 25일 ‘베가북스’ 출판사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어렵고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방법을 담았으며 기존의 훌륭한 책들을 읽고, 가장 좋은 문장과 예화를 넣었다. 사실 예전에 나는 용두사미의 코미디언이었다. 무슨 일을 하면 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흐지부지하는 경우가 많았고 항상 반성이 뒤따랐다. 그래서 이번에는 집념을 가지고 열심히 임했다. 책을 쓰면서 무엇보다 스스로 가장 많이 변했고 공부하게 됐다. 이러한 기회를 맞이하게 돼 기쁘다. 감동과 재미가 있으니 인생에서 방향성을 잃고 헤매고 있는 청춘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 강의를 하는 강사로서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조언은. 아는 작가가 “대학생활은 일, 십, 백으로 살아라”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일은 한 명의 스승, 십은 열 명의 친구, 백은 백 권의 책을 의미하는데 이를 이루며 보람찬 인생을 가꾸라는 의미다. 나는 여기다가 하나를 더하고 싶다. 늘 ‘하늘 천’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라. 천(天)의 소명으로 사는 사람과, 천(賤), 즉 돈의 노예로 사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삶을 살 것인가? 같은 ‘천’이지만 굉장히 다른 의미와 뜻을 갖고 있다. 대학생들이 돈을 벌기 위해 직업을 택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부디 자신의 꿈과 목표를 하루빨리 찾아서 멋진 삶을 개척해나가길 바란다. 더불어 대학 시절에 꼭 시간을 투자해서 다양한 종류의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닫혔던 마음이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 앞으로 인생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지금까지 나의 인생은 성공보단 실패가 많았다. 하지만 침착하게 견디고 해결책을 찾아가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인생은 40세를 전후로 오전과 오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다. 오전의 시간은 자신을 성찰하고 소명을 발견하는데 썼다면, 40세 이후인 오후는 이 경험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오후에 시간을 버리면 인생이라는 학교에 졸업하기가 어렵다. 수업내용도 모른 채 죽음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식이 있을 때 사랑하고 공부해야 한다. 지금껏 제일 후회되는 것이 시간을 버린 죄다. 앞으로 남은 인생은 나를 발전시키기 위해 익혔던 관념들을 실행에 옮기면서 바람직하게 살고 싶다.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가장 비참했던 한 사람의 묘비명을 소개하면서 마치고 싶다.
‘목표를 모르고 죽다.’

권혜진 기자
권혜진 기자 다른기사 보기

 32140317@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