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심리학 ⑤ 행위자-관찰자 편향
당신의 심리학 ⑤ 행위자-관찰자 편향
  •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4.07 18:51
  • 호수 13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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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남을 같은 잣대로 평가해야

비 오는 월요일 아침이다. 수업에 늦지 않으려고 우산도 펴지 않고 줄달음했지만, 결국 30분이나 늦었다. ‘하필 월요일인데다가 비까지 오고, 날이 궂어서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지 못했어. 오늘 지각은 정말 어쩔 수 없었어’라고 생각하며 강의실 문을 열었다. 뒷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을 본 같은 과 친구는 ‘쟤 또 지각했네. 게으르다고 소문났던데, 오늘도 늦잠이나 잤겠지 뭐’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는 ‘상황’을 탓하고, 타인의 행위에 대해서는 ‘사람(성향)’을 탓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가리켜 행위자-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이라고 한다. 행위자일 때와 관찰자일 때 행동에 대한 원인을 다르게 추론한다는 의미다.

행위자-관찰자 편향의 예는 무궁무진하다. 다른 사람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조심성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넘어지면 ‘웬 돌부리냐!’며 화를 낸다. 운전자들도 이런 오류를 자주 범한다. 자신이 교통법규를 위반할 때에는 그 원인을 ‘도로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이상한 교통규칙’에서 찾고, 타인의 경우는 ‘잘못된 운전성향’에서 찾는다. 대학생들도 자신이 좋지 못한 평가를 받으면 ‘부족했던 시간’ 때문이라 생각하고, 친구에 대해서는 ‘부족한 능력과 불성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 역시 같은 이치다.

이렇게 자신과 타인의 행동을 다르게 해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차이 때문이다. 자신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정보)는 많지만, 타인의 행동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다. 예를 들어 자신의 지각은 울리지 않은 알람, 연착되는 지하철이나 막히는 도로, 출입문에 끼어버린 어떤 승객의 우산 등 설명 가능한 이유가 많다. 그러나 타인의 지각에 대해서는 이유를 알 수 없기에, 그저 눈에 보이는 그 사람(성향)에게서 원인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자-관찰자 편향은 직장이나 학교 등 조직 내에서 적지 않은 갈등과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서로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자신은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날이 선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행위자-관찰자 편향을 잘 극복해야 한다.

어떻게 극복할까? 가능한 한 정확한 평가를 하면 된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단순하게 책임자의 능력이나 노력 부족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설명 가능한 모든 이유를 수집한 후, 그 이유의 경중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라면 좀 다르다. 다른 친구의 지각이유를 굳이 조사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이럴 때는 그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서 ‘저 사람에게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하고 판단을 보류하면 된다. 물론 남들의 잘못을 가십으로 삼기 좋아하는 놀부 심보가 없다면 말이다.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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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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