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과 극회 부활 … 인문예술의 불씨 되살려
국문과 극회 부활 … 인문예술의 불씨 되살려
  • 김채은 기자
  • 승인 2015.04.07 18:57
  • 호수 138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7년만에 부활한 국문과 극회 공연 <무엇이 될 고하니> 성황리에 마쳐
 
 
 


최근 사회에서는 인문학적 소양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대학가는 인문학과 예술이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맞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풍토 속에서 우리 대학 국어국문학과가 인문학을 예술에 접목시킨 극회를 부활시키며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였다.

국어국문학과 극회는 1975년 <공모살인>을 초연으로 1998년까지 해마다 정기연극공연을 이어나갔었다. 그러나 학부제의 시행으로 인한 극단 후배 양성의 어려움과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맥이 끊겼고, 올해 재개 되며 17년 만에 전통이 부활했다.

국어국문학과 정동구 총동문회 회장은 “40여 년 동안 뜻있는 동문들의 기획으로 재학생들에게 그 맥을 이어주고자 하는 열정이 있었기에 오늘 무대에 작품을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활한 극회는 지난 4일 죽전캠퍼스 혜당관 학생극장에서 <무엇이 될 고하니>를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박우춘 원작의 <무엇이 될 고하니>는 억울하게 죽은 연인이 장승이 됐다는 민담에서 동기를 얻어 구성한 희곡으로 1960년대 말 초연 이후 전국순회공연을 다니고, 다수의 연극상을 수상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극장에 들어서니 웅장한 세트장과 죽음에 관한 문구가 적혀있는 여러 장의 현수막이 시작 전부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극 중 ‘달래’를 맡은 임은아(국어국문·2) 씨는 “3개월 동안 함께한 선배님들, 동기들, 후배들 그리고 연극을 보러와 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노래하는 거지’ 역할을 맡은 김주희(국어국문·2) 씨는 “처음 선보이는 연극인만큼 관객들이 흥미롭게 봐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연극은 꺽쇠와 달래의 사랑이야기라는 큰 줄거리 속 이승에서 저승으로 이어지는 저항의 시를 극화했다. 우리 민족의 고유한 사상인 ‘한’을 체념과 포기의 사상으로 보지 않고, 이승을 넘어서 저승에까지 이어지는 저항의 사상으로 보는 시각이 새롭다.

상여 행렬의 등장으로 시작되는 연극은 달래가 납치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초반부 긴박한 달래의 탈출과 추격, 중반부 민초들이 벌이는 한바탕 풍자적 놀이판, 거지와 광녀의 춤과 노래 등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달래의 죽음으로 인해 한 맺힌 절정을 지나 그녀의 원통한 삶과 죽음을 달래는 진혼굿으로 끝을 맺는다. 연극의 끝 무렵 스크린을 통해 보이는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사고의 영상이 ‘잊혀가는 죽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 외에 ‘갑의 횡포’ 등의 사회문제도 비판적으로 담아냈다.

4개월 만에 준비했다고는 믿지 못할 만큼 양질의 공연이었다. 자발적이고도 적극적인 동문과 재학생의 참여가 연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인문학에 예술을 접목시켜 타 단과대의 흥미를 이끈 점도 긍정적이다. 흥미를 이끌 수 있었던 큰 요인은 성적과 스펙에만 치중하는 대학생들에게 인문예술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 작품이었기 때문이라는 평이다.

연극을 관람한 이주연(국어국문·2) 씨는 “이번 연극을 시작으로 인문학과 예술에 대한 학생들의 다양한 시도가 지속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채은 기자
김채은 기자

 32141246@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