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면 옳다 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이웨이, 키웨스트
떠나면 옳다 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이웨이, 키웨스트
  • 길지혜 여행작가
  • 승인 2015.04.14 15:44
  • 호수 13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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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뜨겁게 바다를 달린다

 

   
▲ 키웨스트 가는 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이웨이 ‘세븐 마일 브리지’

만일 가능하다면, 내 인생의 마지막 신은 미국 플로리다 주의 최남단 키웨스트(Keywest)이길 바란다. 양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 작열하는 태양과 시원한 야자수 그늘 아래에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잠들기 위해서.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처럼 말이다. 치열했던 순간들도 뜨거운 노을에 녹아들 것 같은 이곳, 바로 키웨스트다.

키웨스트는 세계적인 휴양지인 마이애미에서 자동차로 250km를 달리면 만나볼 수 있는 미국 최남단의 섬이다. 미국 지도를 펼치고도 돋보기나, 마우스로 확대해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이곳은 미국인들도 평생에 꼭 한번 가보고 싶어 하는 여행지다. 

사우스 딕시 하이웨이를 따라, 미국 본토를 빠져나오면 멕시코 만과 카리브 해가 끝없이 펼쳐지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이웨이’가 나타난다. 바다위에 띄워져 있는 섬과 섬 사이를 42개의 다리로 이어놓았다. 인연의 고리로 연결된 우리의 인생 같아서 일까? Highway 1번 도로를 내달리노라면 마치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이 도로의 백미는 ‘세븐 마일 브리지’다. 약 11km 길이의 다리 위에서 창문을 모두 열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마치 바다 위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 밤이 되면 바다에 뜬 달빛이 자동차를 하염없이 따라온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가슴 뭉클한 떨림, 천국으로 향하는 관문이 있다면 비슷한 모양새지 않을까? 

황홀한 드라이브를 마치고 더 이상 전진할 곳이 없다면 키웨스트에 도착했다는 의미다.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이는 멜러리 광장의 석양, 죽기 전에 꼭 보아야할 풍경으로 꼽히는 데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의 남서쪽 섬들을 ‘플로리다 키’라 부르고, 그중 마지막 섬이 가장 서쪽에 있다고 해서 키웨스트다. 스페인어 ‘뼈의 섬(Cayo Hueso)’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초기 발견자들이 해변에서 버려진 해골을 발견했다고 해서 이와 같이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스페인의 지배를 거쳐 영국령에서 다시 스페인령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남아 있는 유럽풍의 건물들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쏘다니는 수탉들은 정겨움을 더한다. 바닷바람이 나는 곳으로 발길을 따라가면 코발트 색 바다와 야자수가 어우러진 비치를 만날 수 있다. 

키웨스트는 미국 본토와 이어져 있지만 쿠바(Cuba)와 더 가깝다. 90마일(약 144km) 떨어진 쿠바에서 두툼한 시가 향이 날아오는 것만 같다. 매일 밤 열정적인 파티가 열리는 키웨스트 번화가에선, 코끝 저미는 그 연기에 모든 시름이 뒤섞여 날아간다. 젊은 청춘 남녀는 알코올에 취하고, 지긋한 중절모 신사는 이국적 정취에 취하고,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노부부는 인생의 아름다움에 취한다. 살아온 평생 감싸왔던 두툼한 옷을 내던져 버리고 진짜 자기를 만나는 곳. 바로 키웨스트다.  

 

 

Travel Info. 키웨스트 여행법

필자는 드라이브에 빠져 과속과 추월을 했다. 별안간 나타난 경찰 사이렌 소리. 차를 세우란 말에 당황해 허둥지둥 내렸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권총을 꺼내며 차에 타라는 것 아닌가. 미국에서 운전 중에 경찰에 걸렸다면 지시에 따라 양 손을 핸들 위에 놓고 움직이지 말고 있어야 한다. 미국 속도 기준은 마일(Mile), 1마일은 1.6km다. 벌금은 과속한 추가 마일 당이다. stop표지판을 만나면 무조건 멈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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