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성웅성 - 대학수학능력시험
웅성웅성 - 대학수학능력시험
  • 박현익
  • 승인 2003.11.12 00:20
  • 호수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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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자료사진>

예년과 별 다름없는 수능 난이도와 함께, 올해도 재수생의 점수가 재학생보다 15점 정도 높은 분포를 전망하는 기사를 접한다. 벌써 몇 해 째 되풀이되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같은 공부를 1년 더 한 재수생의 강세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분분한 시각 가운데 중론은 내신과 수능 공부 방법의 근본적인 차이에 초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내신이 온전히 교과서 중심이라는 점과, 수능이 교과서 이외의 영역까지 광범위하게 포괄한다는 점은, 특히 수험생들의 경우 속성 암기식으로 진행되는 내신과, 종합적으로 사고해야 하는 수능에 동시에 적응하느라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교측에서, 내신 시험 기간만 되면 골머리를 앓는 학생들을 위해 자연히 난이도를 낮춰 출제하는 경향도 내신과 수능간 괴리를 낳는 주요한 요인이라 하겠다. 결국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생각의 깊이가 현저히 다르다 보니 내신에 길들여진 재학생들의 성적이, 수능만을 겨냥해 1년 간 공부한 재수생들에 비해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공교육과 사교육이 철저히 분리되는 대입제도가 일정 부분 수정되지 않는 한 불균형은 이어질 것이다. 2004학년도부터 제 7차 교육과정 세대가 첫 수능을 치르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영역을 선택해서 응시하는 제도도 시행된다고 한다. 동시에, 내년부터는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한 적응 문제와 맞물려 재수생들이 다소 어려움을 겪으리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들도 해마다 논란이 되는 대입 문제의 뿌리를 살피는 방향과는 요원하다고 생각된다.
최근 유명 8학군에 편입되기 위해 강남 지역으로 주소지를 허위 신고하는 사례가 빈번하듯이 사교육의 병폐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교육의 인플레이션을 해소하고 공교육이 바로 설 수 있는 방향을 정립하려는 노력을 선행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박현익
박현익

 <인문학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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