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대학다울 때 가장 아름다운 대학을 위해
백색볼펜.대학다울 때 가장 아름다운 대학을 위해
  • 승인 2015.04.14 17:34
  • 호수 1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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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구조개혁평가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 즉 ‘대학구조개혁법’에 교육부, 교수진, 대학생이 모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0년 안에 고등학교 졸업생이 대학교 입학 정원보다 16만 명이 적어진다는데, 우리나라 대학은 봇물 터지듯이 늘어만 가고 있었으니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내놓았는데, 이는 대학에서 제출한 자체평가보고서를 바탕으로 대학 등급을 나누고, 그에 따라 정원을 감축하거나 학자금 대출을 제한하는 등의 방식이다. 그리고 지난 7일에는 이 ‘대학구조개혁법’ 통과를 논의하기 위해 임시국회까지 열렸었다.

고등학교 졸업생이 감소해서 입학정원이 감축돼야 한다는 말은 타당하지만, 이로 인해 다양하게 충돌되는 문제가 떠오르니 도대체 어떤 방법이 옳은 방법이며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막막하다. 알아보니 평가가 대학의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문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지만 획일적인 평가방식이 옳지 않다는 문제, 수도권과 4년제 중심의 대학이 평가 시 우위에 오를 우려, 사학법인의 잔여재산 처분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 취업 중심의 대학구조 개편이 될 것이라는 우려, 법인운영보다 학사제도 평가에 치중되는 문제 등 셀 수 없이 많은 걱정거리만 앞서는 상황이다.

대학구조개혁은 ‘시급한’ 것이 맞지만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대학평가와 구조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대학이 진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길을 택할 수 있는 평가가 이뤄지는게 중요한게 아닌가? 교원 확보, 법인 운영 방식, 교육시설과 학생복지 등이 기준이 돼야 한다. 학생들을 잘 가르칠 여건이 되는지 되지 않는지를 취업률과 학점의 비율로 판단하는 것은 이곳이 대학인지 토익학원인지 구분이 가지 않게 할 뿐이다.

대학들이 당장의 앞길만 챙기려고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률의 평가지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을 택하게 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대학이 수요가 적다고 인문학 위주의 학과를 구조조정하는 것은 대학임을 포기하면서까지 구조개혁에서 살아남으려고 하는 것일까? A학점의 비율을 줄이고, 재수강 제도를 강화하고, 성격이 비슷하거나 취업률이 낮은 학과를 통폐합시키는 방식으로 대학평가에서 살아남으려고 한다면 진정한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렇게 급급하고 무분별한 경쟁만 부추기는 현 대학구조개혁평가의 방식이 먼저 바뀌어야 함은 맞는 말이다.

교육부는 우리나라 대학이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개혁을 위해 꾀해야 하는 공정한 법안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고, 대학은 존립의 위기에만 대처할 것이 아니라 평가를 통한 자체 감사와 발전을 일삼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과 취업에 대한 시선이 변화하길 바란다. 청년들의 인생의 목표가 대학진학과 취업이 되도록 내모는 사회가 변화해야 교육부의 개혁도, 대학의 구조조정도 제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惠>

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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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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