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책임을 선물해라
백색볼펜. 책임을 선물해라
  • 승인 2015.04.14 17:38
  • 호수 1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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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을 통한 성장

학창시절에 나는 나서기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처음 반장이 됐을 때부터,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장장 8년 동안 학급반장을 맡았다. 담임선생님이 주시는 임무를 멋지게 수행해 내는 스스로가 뿌듯했던 것 같다. 그런데, 가끔 한 학기 반장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계속 일을 맡기시던 선생님이 계시면 큰 불만을 품기도 했었다. 그때에는 선생님이 나를 믿기 때문에 그러셨다는 것을 잘 알지 못했었다. 

그때 담임선생님께서 내게 하셨던 것처럼, 어떤 한 사람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그를 믿고 있음을 알게 하는 것보다 그에게 더 큰 도움은 없다고 한다. 부커 T.워싱턴의 말이다.

아이에게 처음 설거지를 시킬 때, 부모는 불안이 앞선다. 접시를 깨거나 다칠까봐 걱정돼 혼자 맡기지 않는다. 그러나 혼자 해보지 않는 한 아이는 결코 설거지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아이가 혼자 집을 보게 할 때에도 마찬가지이지만, 혼자 집에 있어보지 않는 이상 그 아이는 자립심을 배울 수 없다. 아이를 믿고 그 아이가 성장하길 바란다면 그릇을 깰 위험이 있더라도, 혼자 무서워할 수 있더라도 설거지를 시키고 집을 보게 해야 한다.

책임감을 준다는 것은 상대방을 믿는 것이고, 믿고 맡긴다면 그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설명서를 읽거나, 아무리 하는 걸 보고 듣고 배웠더라도, 실제로 해봄으로써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성장은 경험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다양한 문서, 프로그램, 기계 등의 사용법을 익힐 때에도 백날 남이 말해줘봤자 금방 까먹고 직접 이것저것 해봐가며 깨닫는 것이 더 확실하게 남았던 것과 같다. 해봐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 아무리 많이 듣고 많이 읽어도 해보는 것만 못했다.

그런 면에서, 준비된 사람보다는 실행·실천에 옮기는 사람에게 그 자질이 주어진다는 생각도 든다. 두려운 마음과 걱정이 앞서 너무 사전준비만을 많이 하는 것보다는 실전에 뛰어들어 부딪혀가고, 아프면서 배우는 것이 더 낫다는 말 또한 맞지 않을까? 그러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함께 성장을 도모해라. 너의 일을 돕겠다는 사람에게 ‘괜찮아 내가 할게’ 라고 하지 말고, 믿고 맡겨보자. 나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성장을 위해.

또, 내가 학창시절 잦은 책임을 부여하시던 담임선생님께 불만을 품은 것처럼, 자기에게 책임을 부여하고 일을 준다고 단순히 원망하지 말자. 지금 당장 힘들다고 불평하면 언제 성장하겠는가. 그것이 그 사람이 당신을 믿고 있다는 증거일 테고, 해가 되기는 커녕 그보다 더 큰 도움이 없다는 부커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惠>

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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