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 죽이는 구조조정
대학교육 죽이는 구조조정
  • 김동민(저널리즘) 교수
  • 승인 2015.04.15 14:53
  • 호수 13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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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大學)은 대인(大人)의 학문이다. 끊임없는 수양으로 진리를 추구하고 큰 인물이 되어 사회정의가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니 대학 교육(敎育)이란 그런 학문의 가르침으로 큰 인물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학교는 그런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과연 지금의 대학교가 그런 곳인가? 대학교육은 오래전부터 사경(死境)을 헤매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교육을 소생시키는 게 아니라 숨통을 조이고 있다. 소위 구조조정이란 것이 바로 그것이다. 대학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이 교육부인데, 그 교육부가 대학을 살리겠다고 만용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육의 목숨이 돌팔이 의사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정부는 작년 12월 28일 전국의 335개 대학을 절대 평가해 현재 55만 9천명인 입학 정원을 2023년까지 16만 명가량 감축하는 내용의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3주기로 나눠 매 주기마다 대학을 5단계로 평가하고, 평가등급에 따라 최우수 대학을 제외한 모든 등급에 대해 차등적으로 정원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출산율 저하로 대학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왜 교육부가 나서서 강제하며, 그것도 비교육적인 방법으로 강행하느냐는 것이다. 이를테면 취업률을 따지고 상대평가를 강제하는 등의 방법이다. 이렇게 평가한 결과를 갖고 등급을 매겨 하위등급을 받은 대학에 대해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다. 그러니 대학들마다 교수들에게 학생들 취업을 독려하고, 인문사회계열 학과를 통폐합하느라 분주하다.
 

교원확보율 74%에 교원 1인당 학생 30명으로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에 속하는 현실은 개선할 생각은 않고 방치하면서 엉뚱한 지표로 이미 사경을 헤매고 있는 대학의 마지막 숨통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마다 과목을 줄여 큰 강의실에 학생들을 50명 100명씩 쑤셔 넣고 있다. 여기에다 상대평가를 하라고 하니 학생들은 성적과 학점에 연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지경에서 대인을 육성하는 교육이 있을 리 없다. 오히려 될 성싶은 인재들을 불러 모아 취직걱정이나 하는 소인배로 만들어 내보내게 될 것이다. 
 

인류는 야생의 말과 소를 붙잡아 코뚜레를 뚫고 쇠 발굽을 박아 먹이고 길들여 부려먹어 왔다. 그 말과 소들은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행복할까? 장자(莊子)는 들과 산에서 그들끼리 어울리며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지내는 것이 훨씬 행복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대학을 마치 소나 말처럼 길들여 부려먹으려고 하는 것 같다. 교육부라는 게 말이 교육부지 그 안에 교육자는 없고 무책임한 관료들로 득실거린다. 교육은 교육자에게 맡기고 정부는 뒷전에서 도울 일이 있으면 돕는데 머물러야 한다. 대학도 교육부의 시혜를 바라며 소나 말처럼 굴종할 일이 아니라 학생들을 바라보고 교육의 본분을 회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육은 교육자들에게 맡겨야 한다. 이 나라는 정치, 경제, 언론, 종교 등 어디를 둘러보아도 정상적인 곳이 없다. 대학이라도 정신을 차려서 교육을 소생시켜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 수양하고 진리를 터득하여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삐뚤어진 나라를 바로잡는 큰 인물이 되도록 교육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구조조정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되도록 놔두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교육을 죽이는 나라는 세상에 없다.

김동민(저널리즘) 교수
김동민(저널리즘) 교수

 dmkim20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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