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 시위는 개혁에 해롭다
맹목적 시위는 개혁에 해롭다
  • 여한솔 기자
  • 승인 2015.04.15 18:01
  • 호수 13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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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의사가 존중되지 않은 채 독단적 정책을 내세우는 대학본부의 뜻에 쉽게 순응할 필요는 없다. 저항과 시위는 필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과격한 방법만을 고집한다면 이는 그저 난동에 그치고 말 것이다. 효과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데에는 적절한 절차와 논리가 동반돼야 한다.


학과 구조조정 문제와 신영철 전 대법관 임용 관련 기사를 취재하며 이에 저항하는 학생들을 다수 보았다. 하지만, 우리 대학 학생들의 시위 행태는 수업거부, 총장실 점거, 감정에만 호소하는 대자보 등 난폭하게 비춰지거나 해결이 모호한 방법들이 대부분이었다. 학생들이 학교의 허를 찌르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방법보다는 반박논리와 근거를 동반한 초반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과 같은 시위는 적법한 방식의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경우, 마지막 저항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 본인들의 입장만을 고집하는 양보 없는 의사표명과 시위의 남용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리는 만무하다.


연극영화과가 처음 천안에서 서울로 이전했을 때의 일이다. 이전 당시, 서울캠퍼스에서는 재학생들을 위한 적합한 실습 장소가 없었다. 실습비를 이유로 부과된 80여 만 원은 심층적 연기지도를 위한 금액이었지만, 정작 재학생들은 연기 및 실습을 위한 공간을 제공받지 못했다. 남는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학교가 공간제공을 거부하자 학생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항의를 시작했다. 그들은 우선 할당된 금액이 부당하다며 납부하지 않기로 했다. 본인들의 수업을 꾸준히 챙겼으며, 대표자를 정해 장학 및 회계팀의 교직원, 총장 등을 만나 공간 제공에 대해 끊임없이 설득했다. 또한 실습비 납부 거부의 타당성에 대해 변호사의 자문도 구하고, 학교 외부에서 실습장소 대여를 위해 재학생·학부모 협조 공문을 제작했다. 이와 같은 부당한 상황에서 신입생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을 알리기 위해 실기 시즌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시위를 하겠다는 뜻까지 밝혔다.


신입생 모집 거부까지 거론되자 학교는 더 이상 그들의 호소를 회피할 수 없었다. 결국 한남동 캠퍼스에 연기 실습실이 들어섰다.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거부나 점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연극영화과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정책 결정자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정책의 허점을 찌르는 학생들의 논리와 단결이다. 학생의 권리인 수업을 포기하거나, 인원수로 밀어붙이는 시위는 최후의 방법으로 보류해야 한다. 쉽게 외부에 드러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고 똑똑히 들리고 상대방을 확실히 납득시킬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맹목적으로 ‘시위만을 위한 시위’를 하지 말자. 학생의 의견을 학교에 똑똑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단순한 시위 이상의 방법으로 부당함에 맞설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린, 그 답을 반드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한솔 기자
여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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