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샤키야 방송인 : 네팔과 한국의 가교 역할을 일궈내다
수잔 샤키야 방송인 : 네팔과 한국의 가교 역할을 일궈내다
  • 김채은 기자
  • 승인 2015.05.12 16:23
  • 호수 13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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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배움 통해 자국의 발전을 꿈꾸는 네팔 청년

<금주의 사람> 수잔 샤키야(도시계획부동산·15졸) 동문

평범한 유학생에서 네팔과 한국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는 방송인이 되기까지 자만에 빠지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묵묵히 걸어온 이가 있다. 바로 청년 수잔 샤키야. 모국의 참사에도 좌절하지 않고 극복을 위해 열심히 뛰는 강한 모습이 돋보이는 그가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모교를 위해 시간을 내줬다. 조용하지만 강한 카리스마가 있는 우리 대학 동문 수잔 샤키야를 만나보자. <관련기사 3면>

 

평일엔 회사원, 주말엔 JTBC 프로그램 ‘비정상회담’과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방송인으로 활약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이가 있다. 우리 대학 동문이자 네팔 출신 방송인 수잔 샤키야(도시계획부동산·15졸) 씨가 그 주인공이다. 어학연수를 위해 입국했던 그는 어느덧 한국 생활 5년 차에 접어들었다. 하루하루 충실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수잔 샤키야를 지난 6일 죽전의 한 카페에서 만나봤다. 
<필자 주> 
 

▶ 간단한 본인 소개를 한다면.
네팔 트리부번 대학교 경영학과를 2년 반 정도 다닌 후, 우리 대학 도시계획학과에 입학해 올해 졸업했다. 평일엔 낙하산 생산·판매 회사에서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주말엔 JTBC 프로그램 ‘비정상회담’,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파트타임 방송인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 처음 한국에 입국했을 때 아찔했던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네팔에서 ‘아리랑TV’라는 채널을 통해 한국을 접했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본 한국은 영어가 통하는 나라 같았다. 하지만 인천공항에 내리니 출입국 관리소부터 전부 한국어만 사용했고, 나는 그 당시 ‘가나다’와 ‘안녕하세요’ 정도의 한국말밖에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멘붕’상태가 됐다. 캐리어도 공항에 놓고 갈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한국에서 아찔했던 첫 경험이었다.

 

▶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네팔 근로자들과 친분이 있으신 한국 분이 아버지와 친했다. 그 분이 트레킹을 하러 네팔 집에 놀러 올 때면 항상 나를 한국으로 유학을 보내라고 아버지께 권하셨다.당시에는 유학할 생각이 없었지만,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는 부모님의 적극적인 권유로 한국행을 결정하게 됐다. 그렇게 3개월간의 어학연수가 시작됐다.

 

▶ 어학연수 이후 어떤 계기로 입학을 결정하게 됐는가. 대학 생활은 어땠는지.
3개월 동안의 어학연수를 위해 한국에 왔지만, 어학원의 선생님이 한국에서 계속 공부를 하는 것을 권유하셨다. 그렇게 입학을 결정했다. 어학원 생활이 끝난 후, 도시계획학과에 입학했을 때에는 언어 때문에 수업시간이 정말 힘들었다. 한국어가 미숙해 접하는 교재마다 모르는 단어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한국어 교재를 영어로 1차로 번역한 후, 2차로 네팔어로도 번역해 수업내용을 보다 자세히 이해했다.

 

▶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고 들었다. 공부법이 무엇인가.
외국인 친구들이 종종 어떻게 공부하면 시험을 잘 볼 수 있냐고 물어본다. 그런 질문을 들으면 시험 때 시험지를 가만히 두지 말라고 조언한다. 교수님들도 외국인들의 입장을 알고 있으니까 교수님들께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서 시험볼 때 모르는 한국어가 있다면 영어로 썼고, 조별과제 시 직접 발표를 맡았다. 자신감을 가지고 잘하려고 하기 보다는 최선을 다한 것 같다.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 도시계획부동산학부를 전공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다른 나라를 보면 발전하기까지 몇 백 년 정도가 걸리는 반면, 한국은 6.25전쟁 이후 60여년 만에 급속도로 도시를 만들어 발전을 꾀한 것이 신기했다. 이 점을 미루어 볼 때 도시계획이야말로 네팔에 꼭 필요한 학문이라고 생각했고, 모국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 타지 생활을 한지 벌써 5년차다. 한국인이 낯설지는 않았나.
네팔에 살던 시절 ‘대전 피스네팔 캠프단체’의 한국 회원들이 집에 자주 놀러왔었다. 대전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와서 한국어도 가르쳐줬는데, 같이 밥도 먹으면서 가족과 친하게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 사람들이 낯설지 않게 됐다. 한국에서 5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이런 경험과 더불어 지금까지 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쌓인 정 때문이다.

 

▶ 최근 방송인으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 어떻게 방송을 하게 됐는가.
한국영화의 한류 세계화를 지원하는 ‘코리안 무비 서포터즈(KMS)’의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 때 사회자를 맡아 브리핑을 준비했었는데, 행사 후 당시 홍보대사였던 줄리안이 현재 비정상회담 PD를 소개시켜줬다. 그 만남을 계기로 프로그램에 합류하게 됐다.


▶ 네팔 대표로써 부담되지는 않는가.
‘네팔 대표’보다는 ‘네팔에서 온 수잔’이 맞는 표현인 것 같다. 방송을 통해서 네팔인 전체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네팔의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방송 전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해 네팔 친구들과 SNS로 정보를 공유하거나 가족들을 통해 사전조사를 확실히 하고 있다. 앞으로도 네팔의 다양한 정보를 보다 객관적인 태도로 책임감을 가지고 전달할 것이다.

 

▶ 회사와 방송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들 물어보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나는 ‘아들처럼 생각해주시는 사장님이 계셨기에 지금의 나도 있을 수 있었다’고 답한다. 회사 사장님께서 내 상황을 이해해주시고, 배려해주시지 않았더라면 방송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일정을 미리 말하면 맞춰주시거나 일을 유동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인복이 참 좋은 것 같다.

 

▶ 방송인, 회사원 중 하나만 택하라 하면 무엇을 선택하고 싶은가.
방송인, 회사원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방송인도 회사원도 아닌 공부를 택할 것이다. 본래 목표는 학사에 이어 박사학위를 받는 것이었다. 공부는 끊임없는 자기발전의 연속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학습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공부를 선택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 최근 네팔에 안 좋은 소식이 들렸다. 가족은 무사한가.
다행히 가족들은 무사하다. 네팔에 지진이 났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전기가 잘 통하지 않아 가족들과의 통화가 어려웠다. 8시간 동안 통화시도 끝에 단 2분여 정도 안부소식을 들었다. 계속해서 사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너무 정신이 없었다. 당시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고,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지 답답한 마음뿐이었다. 현재는 모국에 도움이 되고자 한국에서 유학중인 네팔 유학생과 함께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조만간 가족들과 현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네팔에 가볼 예정이다.

 

▶ ‘문화유산의 나라’라고도 불리는 네팔인 만큼 지진 소식에 가슴 아팠을 것 같다.
불과 몇 주 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네팔 편을 촬영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놀던 곳과 살던 집 그리고 다양한 문화유산을 보고 왔다. 그런 추억이 담긴 공간들이 한 순간에 무너져버리니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주변의 사람들의 응원과 위로 한마디 한마디가 힘이 됐다. 또한, 제 2의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에서 모국을 위해 자발적인 모금 활동을 하는 모습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도움주신 모든분께 감사한 마음뿐이다. 앞으로도 네팔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 부탁한다.

 

▶ 앞으로 인생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단기적인 목표, 장기적인 목표로 나눌 수 있다. 장기적인 목표로는 도시계획전공을 토대로 네팔의 회복에 기여하는 것과 박사학위를 받는 것이다. 단기적인 목표로는, 지금 당장의 네팔을 돕기 위해서 기금을 모으는 것이다. 하지만 목표는 목표일 뿐, 사람일은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현재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며 착하게 살고 싶다.

 

▲ 우리 대학 재학생들과 함께 모금활동을 하고 있는 수잔 샤키야
김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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