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온정적 인터넷으로 참다운 인성을 꽃피우자
사설. 온정적 인터넷으로 참다운 인성을 꽃피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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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5.12 17:47
  • 호수 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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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확산시킬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전 세계적으로 홍보한다는 취지로 시작된 TED 콘퍼런스는 매년 인기를 불러일으키며 새 시대 기술혁명에 대한 전도사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올해 연사로 등장한 르윈스키의 강연은 청중의 기립박수와 함께 관심을 가장 끌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을 “사이버 폭력으로 파괴된 첫 희생자”이었으며, 15년 여 기간의 고통을 딛고 일어나, 지금은 사이버 피해자를 돕는 사회운동가로 활동하게 되었다고 역설하면서, 인터넷의 미래상은 ‘온정적 인터넷’이라는 명제로 거듭날 것을 호소함으로써 강연의 대미를 장식하였다.

현대 기술 문명의 표상으로 진화한 인터넷은 사용의 편리성에 못지않게 그 부작용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 기키고 있다. 작게는 한 개인의 인격은 물론 나아가서 사회의 조직적 범죄를 증폭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며 우리의 삶을 혼돈에 빠뜨리기도 한다. ‘온정적 인터넷’은 기계에 사로 잡혀 인간의 순수한 본성을 잃어버리고 자칫 기심(機心)에 젖어 헤어나지 못하는 우리의 군상을 향하여 외치는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메시지는 기계사용의 부작용에 대한 거의 최초 문헌이라고 할 수 있는 『장자』의 ‘천지’ 편에 등장한 공자의 제자인 자공과 한 노인의 일화에서 되새겨 볼 수 있다. 자공은 길을 가다가 어렵게 우물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항아리로 물을 긷는 노인을 보고 두레박을 만들어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고 사용을 권고하였다. 노인은 “기계를 가진 자는 반드시 기계를 쓸 일이 있고, 기계를 쓰는 자는 반드시 기계에 사로잡혀 무엇을 꾀하려는 마음이 생긴다”(有機械者 必有機事 有機事者 必有機心)는 말로 두레박 사용을 한사코 거절하였다. 기계(두레박) 사용을 거절한 노인의 말 한 마디는 우리에게 인심(人心)을 거슬린 기심(機心)의 폐해에 대하여 의미 있는 교훈을 주고 있다. 정상적인 사람의 마음이 아닌 간교한 기심으로 가득 찬 파멸의 세계로 빠져 들지나 않을까하는 우리의 우려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안착한 인터넷의 사용을 부작용의 공포로 포기하기에는 역부족의 상황에서 기계를 사용하되 기심을 누르고 인심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의 온정적 활용의 예를 보면서 다소 긍정적 기대를 갖게 된다. 바로 이웃나라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영리 단체 ‘코드 포 재팬’의 활동상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다. 사년 전 동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전국에 흩어진 2만 1000명의 후쿠시마 나미에 마을 사람들은 모두 실향의 슬픔에 빠져 어려운 생활을 지내었다. 인터넷 전문가인 ‘코드 포 재팬’의 대표는 이러한 ‘유령마을’을 온라인에서 공동체로 복원하는 프로젝트인 커뮤니티 앱을 완성하였다. 나미에 마을 사람들은 그들에게 제공된 태블릿의 활용으로 온라인상에서 더욱 결속된 ‘스마트 시민’ 공동체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이야말로 인간 본성의 가치를 인식한 적극적 시민참여가 기술을 만나 아름다운 꽃을 피운 좋은 실례가 아닐까?

앞으로만 치닫는 기술의 속성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이제 우리는 ‘인심’으로 ‘기심’을 다스리는 일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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