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점운영의 자율은 과연 ‘자유를 위한 싸움’에서의 승리인가
주점운영의 자율은 과연 ‘자유를 위한 싸움’에서의 승리인가
  • 이용호 기자
  • 승인 2015.05.19 13:18
  • 호수 1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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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축제의 달이다. 지난 12일부터 3일 동안 진행된 천안캠퍼스 대동제에는 ‘술이 없었다’. 대신 심리테스트, 스포츠마사지, 화살쏘기, 에코백만들기, 귀신의 집 등 각 과의 성격을 살린 다양한 부스가 열려 학생들의 호응을 크게 샀다. 반면 죽전캠퍼스는 상황이 다르다. 현재는 잘 합의됐으나, 먹거리장터(주점) 운영 장소를 둘러싼 학교와 총학생회 간의 갈등으로 축제 파행의 가능성까지 언급되기도 했다.
 

학교는 축제 내 음주에 대한 효율적 관리 감독을 이유로 먹거리장터 장소 제한을 주장했고, 총학생회는 지나친 자치권 제한이라며 반박했다. 이에 지난 달 29일부터 총 3일간 이 사안에 대한 학생총투표를 진행했다. 투표결과 자유로운 장소 운영을 원한다고 응답한 학생들이 55.53%였지만, 유권자 1만1천960명 중 겨우 20.78%만이 투표에 참여해 유효투표율 25%를 넘기지 못해 무효처리 됐다. 그럼에도 학생회는 이를 근거로 재차 논의를 벌였고, 지난 13일 단과대별로 원하는 장소에서 먹거리장터를 진행하도록 결정됐다. 축제를 겨우 일주일 앞두고서야 종결된 논란이다.
 

그런데 총투표 이후 ‘단쿠키’에서 선택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민망한 마데이라망둑’ 씨는 단쿠키 익명게시판을 통해 “‘축제 파행을 감수하고라도 자유를 위해 싸우겠다’는 능동적인 선택 안, ‘학교 제안대로 따르면서 그대로 진행한다’는 학교에 좌지우지되는 수동적인 선택 안으로 보인다”며 “선택이 한 쪽에 유리하게 작성된 것 같다”고 게재했다. 축제의 여러 행사 중 하나인 주점에 대한 논의가 ‘자유를 위한 싸움’으로 해석되는 상황. 이는 자칫 평화의 광장에서 주점을 진행하고 싶거나, 상대적으로 주점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을 ‘학교의 제안대로만 따르는’ 수동적인 학생으로 여긴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전체인원의 11.53%만이 ‘싸우겠다’고 대답했지만, 이로써 나머지 88.47%는 ‘그대로’ 따르기만 하는 수동적인 학생이 됐다.
 

적당한 음주는 흥을 돋우기도 한다. 또한, 우리는 당당하게 신분증을 내밀어 술을 사먹을 수 있는 나이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총학 측은 주점과 음주에 있어서 모든 것을 학생들의 뜻대로 해야만 ‘자치권을 가진 자유로운 축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투표에서는 용지의 찬성과 반대란 옆에 유도성이 짙은 설명을 적어놓았다. 언제부터 주점이 축제의 개최 여부를 좌지우지하는 중대 사안이 됐단 말인가.
 

먹거리 장터의 운영에 대한 갑론을박이 종결되며 이제야 죽전캠퍼스 축제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점에 대한 사안에만 집중되면서 축제 파행의 문턱을 오르내리는 상황이 더는 없길 바랄 뿐이다. 자율이 보장된 만큼, ‘술’에 있어서는 학생들 스스로도 주어진 자율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자치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고심해봐야 할 때다.

이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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