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도자기 축제와 경기 세계도자 비엔날레 손으로 빚어내는 오감만족 도자기 축제
이천 도자기 축제와 경기 세계도자 비엔날레 손으로 빚어내는 오감만족 도자기 축제
  • 권혜진·김아람 기자
  • 승인 2015.05.19 15:32
  • 호수 13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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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빛깔을 자랑하는 특별한 도자 색이 펼쳐지는 세상, 도자기 축제로 행복을 더하다
▲ 형형색색의 도자 그릇으로 장식한 조형물
▲ 도자 제작을 하고 있는 김영수 장인
▲ 물레 체험을 하고 있는 기자(오른쪽)

신속함이 생명인 현대사회 속에서, 오랜 인내와 정성의 작업 없이는 결코 탄생할 수 없는 도자가 설 곳을 잃어간다. 그러나 여전히 인내의 미를 추구하는 장인들이 함께하는 곳이 있다. 지난 13일,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이천 도자기 축제’와 ‘경기 세계도자 비엔날레’의 현장을 찾았다. 도자기를 통해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졌던 축제의 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필자 주>

# 두 가지 행사를 모두 즐길 수 있다니!

이천 방문 바로 전날만 해도 궂은 날씨로 인해 하루 종일 천둥과 번개가 내리쳤지만, 다행히도 당일은 맑게 갠 하늘이 기자를 반긴다. 시외버스를 타고 이천으로 가는 길이 소풍을 떠나는 것처럼 설렌다. 그래서인지 아침 일찍 출발하느라 피곤했음에도 눈이 반짝반짝하다. 이천터미널에 도착해서 한참 동안 버스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 택시를 타기로 한다. “비엔날레 행사장으로 가주시겠어요?” 국내 최고의 도자 축제와 세계 최대 규모의 도자 비엔날레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즐거워진다.

경기도 도자기의 마스코트 ‘토야’가 반기는 행사장 입구. 개장한 지 두 시간밖에 되지 않은 평일 오전이라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무색하게 행사장은 꼬까옷을 입은 어린아이들부터 썬 캡을 쓰신 어르신들까지 가지각색의 사람들로 북적인다.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왔는지 무리 지어 이동하는 학생들도 눈에 띈다. 세계인의 축제답게 외국인들도 많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참여마당

들뜬 마음을 안고 행사장 안으로 들어서니 시끌벅적한 공연 리허설 현장 옆에 여러 참여마당 부스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중 가장 큰 부스에서 진행되는 물레체험이 눈길을 끈다. 체험장이 개방돼있어 물레체험을 하는 사람 주변에는 구경하는 이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빠르게 돌아가는 물레로 직접 도자기를 만드는 것은 처음이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기자도 물레체험에 도전해보기로 결정! 생애 첫 도자기를 만드는 기자의 긴장된 표정을 보았는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구경을 하던 귀여운 꼬마아이가 “힘내세요. 파이팅!”이라고 응원하며 웃어 보인다. 때마침 알려주시던 강사로부터 “이렇게 못하는 손님은 처음 봅니다. 자 다시 자세잡고~”라며 핀잔을 듣던 중이라 새삼 꼬마아이의 응원이 반갑고 고맙다.

온몸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정도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아주 미세한 손 떨림에도 도자기는 전체적인 균형을 잃고 망가지게 된다. 때문에 감을 도무지 잡지 못하고 망가뜨리기 일쑤. 결국 기자는 두 번이나 진흙을 떼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했다. 섬세한 터치를 통해 모양을 잡고 손의 힘을 줬다 빼기를 반복하며 울룩불룩 만들어지는 도자기의 탄생이 아름답다. 진흙은 아주 미세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에 물레를 돌리다보면 소심해지기 쉽지만 강사는 “도자기를 만들 때는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대담함”이라고 설명한다. 도자기와 내 손이 하나가 되는 경험에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그 강렬한 힘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마치 연인들이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것처럼, 도자기를 다룰 때는 마냥 섬세한 터치만이 아닌, 대담한 손길도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할 것!

# 타지에서 느낀 따뜻한 정과 푸근함

행사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체험을 하다 보니 벌써 오후 1시가 훌쩍 지났다. 그와 동시에 배꼽시계가 울린다. 행사장에 마련돼 있는 음식코너를 전전하며 허기를 해결할 곳을 물색하는데, 눈에 띈 곳은 가장 구석자리의 식당. 바로 ‘한식뷔페’로, 7천원에 제육볶음, 조기 튀김, 두부, 각종 나물, 샐러드 등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좋아, 한식뷔페로 가자! “한식뷔페 2인 계산해주세요” “아가씨들! 한식 뷔페는 1인분만 시켜서 양껏 담아 먹고 하나는 수제돈가스로 해. 할머니 말 들어봐~” 계산을 하려는데 주인 할머니가 우리를 만류한다. 많이 먹든 조금 먹든, 1인당 무조건 1인분의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뷔페의 방식에 익숙했던 터라 할머니의 제안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결국 한식 뷔페 1인분, 수제돈가스 1인분을 시킨다.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만족하며 밥을 먹는 중간 중간 “할머니 말 듣기를 잘했지?” “아이고, 더 먹어 아가씨들!” 같은 말을 추임새처럼 건네시는 할머니 덕에 얼굴에 핀 웃음꽃이 지질 않는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날 때, 등을 두드려주시며 “맛있게 먹었어? 또 와~”라며 다정한 작별인사를 잊지 않으신다. 기분 좋은 식사다.

# 우리 대학 선배, 김상기 명장을 만나다.

생기 넘치는 축제의 장 곳곳에서 도자기를 통해 인생을 말하고 오랫동안 그 속에 혼을 담아 온 명장들이 직접 도자 제작을 시연하고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이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명장들의 진중한 시연 앞에서는 모두가 절로 엄숙해진다. 많은 인파가 몰려와 소란을 피우고 카메라를 들이밀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자와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물레를 돌리는 그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진지하게 앉은 그 모습에서 오랜 시간의 인내와 정성이 드러난다. 이전보다 우리 자기(瓷器)에 관심이 떨어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신들만의 예술에 집중하는 그 모습이 위대하다.

우리 대학을 졸업하고 지난 40년 동안 도자기를 만들어 오셨다는 명장 김상기(도예·91석사졸) 동문을 만났다. 그는 “우리나라 도자기는 오랫동안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며 “그러나 여유 없이 바쁘게 살아가게 되는 사회 속에서, 오랜 시간 인내와 정성을 들여 만들어지는 도자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아쉽다”고 전했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

화려한 도자기 축제를 다양하게 즐기고 싶은 욕심에 또 다른 독특한 체험은 없을까 눈을 토끼같이 동그랗게 뜨고 거리를 활보하던 하루. 도자기 축제의 매력에 흠뻑 빠져 기자는 집으로 돌아가기가 아쉽다. 특히 손에 착 감기던 흙의 부드럽고 섬세한 밀착감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행사가 완전히 종료될 때까지 거리를 누비다 입구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아 고단했지만 뿌듯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른해질 쯤, 기념품을 사지 않았다는 사실이 머리를 강타한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택시를 돌린다. 기사아저씨께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양해를 구하고 부리나케 뛰어가 오늘을 기념할 ‘행복을 가져다주는 돼지’ 도자를 집어 든다. 활짝 웃고 있는 돼지처럼 앞으로도 행복한 일이 가득하길 바라며 기념품을 구입한다.

택시는 한달음에 버스터미널에 도착했고, 비틀비틀 버스에 올라타 드디어 고단한 다리를 쉬게 한다. 시외버스에 엉덩이를 붙이자마자 잠에 빠져들 정도로 힘든 하루였지만, 손에 꼭 쥐고 있는 돼지 도자로부터 행복의 기운이 스멀스멀 전해지는 것만 같아 어쩐지 든든해진다.
 

이천으로 떠나는 도자기 여행

올해로 28회를 맞는 국내 최고의 도자축제인 ‘이천 도자기 축제’가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31일까지 24일간 ‘도자, 색에 물들다’라는 주제로 이천시 설봉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통을 잇는 작품부터 현대적인 해석이 담긴 작품까지 다양한 도자작품 전시와 시연, 그리고 경기도 지정 무형문화재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무형문화재 전시전’ 등이 진행된다. 이천도자기축제추진위원회 허율 홍보팀장은 “이천 도자기를 알리고 판매를 증진하기 위해 매년 축제를 열고 있다”며 “지역주민뿐 아니라 타 지역의 관광객들도 마음껏 축제를 즐겼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세계 최대 규모의 도자 전문 비엔날레 ‘2015 경기 세계도자 비엔날레’ 역시 지난달 24일 개막했다. 세계 74개국이 함께하는 행사는 ‘색: Ceramic Spectrum’을 키워드로 선정해 오는 31일까지 38일 동안 각종 전시와 학술행사, 워크숍, 체험행사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새로운 문화적 지형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도자예술’의 역할과 범위를 ‘이색(異色), 채색(彩色), 본색(本色)’의 색 개념과, ‘미래, 현재, 과거’의 시간적 흐름·연속성의 다양한 관점의 해석을 선보인다.

2015년 봄, 관광주간을 맞아 도자의 메카 이천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유익한 시간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권혜진·김아람 기자
권혜진·김아람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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