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가수들을 매혹한 우리나라만의 ‘떼창’ 문화
해외 가수들을 매혹한 우리나라만의 ‘떼창’ 문화
  • 김아람 기자
  • 승인 2015.05.19 18:02
  • 호수 13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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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의 민족’이 내뿜는 열정과 에너지

 

▲ 흥에 겨워 팔을 치켜든 폴 매카트니

지난 2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폴 매카트니의 내한 공연이 열렸다. 그와 함께 화제가 된 영상이 있었으니, 바로 <Hey Jude> ‘떼창(관객들이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는 모습을 가리키는 은어)’ 영상이었다. 4만5천여 명이 빈틈없이 들어찬 관객석에는 <Hey Jude>의 후렴구인 ‘Na’라고 적힌 플랜카드와 불빛이 넘실거렸고, 모두의 목소리가 하나 돼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장면은 온몸에 전율이 일 정도로 짜릿했다. 그에 화답하듯, 매카트니는 공연 내내 연신 한국어로 “대박”을 외쳤고,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가슴을 두드리는 등 온몸으로 벅찬 감격을 표현했다. 또한, 공연이 끝난 후 자신의 SNS에 “아시아 공연의 환상적인 클라이막스였다. 한국 팬들은 어디에서도 받아보지 못한 가장 열렬한 환영을 해줬다. 그들을 사랑한다!”라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노엘 갤러거는 지난 6일(현지시각) 캐나다 CBC 방송 ‘스튜디오 Q’ 인터뷰에서 지난달 4일 진행된 내한공연을 언급했다. 그는 일본 관객과 한국 관객을 비교하며 “한국인들은 재미를 즐길 줄 아는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어 때 더 많은 악기를 동원할 수 있었지만, 한국 공연에서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이 파트를 대신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인’을 추켜세웠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해외 가수들에게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었다. 일본 공연을 하러 간 김에 ‘덤으로’ 내한공연을 했던 현실이었다. 그렇지만 이제 한국은 유수의 해외 가수들이 앞 다퉈 공연하고 싶어 하는 곳이다. ‘내한공연을 해보지 않은 가수가 있을 수는 있을지언정, 내한공연을 해본 가수가 다시 한국을 찾지 않는 경우는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애정 표현에 야박하기로 소문난 에미넴조차 한국 관객들의 떼창에 감동해 무대에서 양팔을 들고 하트를 그려 보이기도 했다. 평소에도 말수가 극히 드물고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 기분을 외부에 거의 표출하지 않는 그였기에, 이것이 에미넴의 새로운 욕이라는 재미있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 밖에도 뮤즈, 미카, 제이슨 므라즈, 마룬 파이브 등의 유명 해외 가수들이 내한공연 이후 한국에 남다른 애정을 표하곤 했다.

 

▲ 한국 관객들과 사진을 찍은 마룬 파이브

그들이 맛본 우리나라 팬들의 떼창 문화는 단순한 응원을 넘어서 한국인만이 형성할 수 있었던 색다른 공연 매너로, 다른 나라의 공연문화와 차별되는 강점으로까지 자리 잡고 있다. ‘흥의 민족’, ‘Dynamic Korea’와 같은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도 우리만의 독특한 떼창 문화가 해외 가수들의 내한공연을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입을 모아 설명한다. 음악평론가 차우진 씨는 “떼창은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발달한 측면이 있다”며 “여기엔 1990년대 이후 숱한 대형 콘서트에 이런 방식으로 참가해 온 아이돌 팬덤(Fandom)의 집단적 경험이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가수는 노래를 들려주고, 관객은 관람하던 일방향의 콘서트를 함께 소통하는 양방향의 열정적인 콘서트로 도약시킨 떼창은 관객이 할 수 있는 ‘문화사절단’으로서의 최고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함께 호흡하며 하나의 끈끈한 공동체가 되는 마법 같은 공연의 순간을 만드는 떼창, 이제 더 많은 세계인을 매혹시킬 차례이다.

김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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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vingU_aram@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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