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를 유희(遊戱)의 소통으로
축제를 유희(遊戱)의 소통으로
  • 홍인권(화학공) 교수
  • 승인 2015.05.19 19:53
  • 호수 13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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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정형화된 틀에서 공부를 하고, 모든 활동을 선생님의 지도로부터 시작되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유와 자율로 일상이 이루어지는 대학생활이 시작된 지 세 달째 접어들고 있다. 도대체 대학은 무슨 자유가 많다고 하는지? 어떤 일들이 자율로 이루어지는지? 느낄 겨를도 없이 첫 학기의 꽃 봄을 다 보내는 것 같다.


수강신청 교과목은 일곱 개 20여 학점이 되고 과목마다 담당교수님은 교과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집중해서 들어보니 대학의 전공과정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한과목도 대충 흘릴 교과 없이 모두 중요한 것 같다. 매주 나오는 과제는 대학의 자유를 느껴보기는커녕 고등학교 때 학교수업 끝나고 학원가는 것과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가? 중간고사는 학기 중간에 보라고 중간고사가 아니던가? 그럼 시험주간을 잡아 한 번에 시험을 보고 우리를 놔줘야 시험기간에 집중하고 나서 게으름을 피울 여유도 가질 것 아닌가? 시험은 과목마다 따로 보니 한 달 동안 계속되고, 심지어는 어떤 과목은 월말고사형태로 시험이 진행되니 긴장을 풀 수 있는 시간이 3월 입학이후 기억에 없다. 사실 시험이 다 끝나고 요즘 며칠 한숨 돌릴 겨를이 생긴듯하다.


이렇게 대학생활이 긴장의 연속으로 치닫다보니 5월을 대학생들이 영혼의 숨쉬기를 위한 축제기간으로 정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동안 대학의 역사만큼이나 그 역사와 전통을 같이하는 것이 대학의 축제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학의 축제 아이템에는 지금 우리 대학생들이 들으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활동들이 많이도 있었다. 그런데 공통적인 특징은 그 활동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주인공이 대학생이라는 점이다. 이쯤해서 이번에도 대학의 축제를 맞이해 축제구성 아이템들을 한번 살펴보고 가자. 물론 요즘 시행되는 축제의 구성요소가 잘, 잘못 되었다는 차원으로 볼 필요는 없다. 단지 기왕 우리의 축제가 진정 “우리들의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그렇게도 기다려 그려오던 대학 축제를 많은 학우들이 방관자가 되지 않고 모두가 주연으로 참여하는 축제 아이템 개발에 축제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집행부가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전통에서 뿐만 아니라 인류 문화역사 속에서도 놀이는 일과 대조하여 중요한 의미를 갖고 발전해왔다. 연중 내내 놀이로 세월을 보내자는 것이 아니니, 열심히 일상으로 일하다가 한숨 돌리고 재충전하는 계기로 유희(遊戱)를 즐기면서 우리라는 울타리안의 새로운 소통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요즘 대학축제 문화에 대해 사회 기성세대와 당사자인 대학생들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놀이에 대한 관점도 시대와 세대에 따라 달리 느끼고 달리 해석될 수 있다.  단지 놀이에 대한 유용성을 살펴볼 때 쓸모 있는 놀이와 쓸모없는 놀이를 구분하고, 유치하지 않고 점잖은 놀이로 충분히 정신이 휴식을 취하도록 하며 우리의 대중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여민동락(與民同樂)으로 이끌어지면 참 좋겠다.
 

이러한 취지로 축제아이템을 구성하다보면 축제가 같이 즐겁고 서로에게 즐거움을 더해주고, 오해와 불신과 편견과 어색함이 없어지고 대학의 젊음이 추억으로 가득 차 세월이 지나도 또 축제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것이다. 이런 축제가 우리 재학생 모두는 물론이고, 졸업동문과 지역의 이웃주민들에게도 소음이 아닌, 같이 즐기는 유희의 소통으로 자리매김 되길 바래본다.

홍인권(화학공) 교수
홍인권(화학공) 교수

 khong@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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