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미래의 성장통 5. 밀양 송전탑 갈등 (1)
분쟁:미래의 성장통 5. 밀양 송전탑 갈등 (1)
  • 분쟁해결연구센터
  • 승인 2015.05.19 21:38
  • 호수 1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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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꿰어진 첫 단추, 765kV 송전탑 입지선정

 어린 시절 동네 곳곳에 있던 전봇대와 같이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기구는 우리의 삶에서 뗄 수 없는 중요한 시설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어떨까? 특히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고압송전탑을 둘러싼 갈등은 주민들의 재산권과 공익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 이에 대해 대표적 갈등사례인 밀양 송전탑 갈등과 사업자 측에서 사회의 변화를 인지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신중부변전소 건설이라는 대조적인 사례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밀양 송전탑 갈등의 시작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가동을 개시하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추진한 송전선로 사업의 일환으로 밀양지역에 765kV 송전탑을 건설한다는 계획은 2001년에 결정되어 있었으나 환경영향평가와 주민설명회가 시작된 2005년에 이르러서야 주민들이 문제를 실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민들은 전자파에 의한 피해, 환경파괴,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집회를 개최하는 등 반발했다. 한전은 이러한 주민들의 반대에도 2009년 기초공사를 강행했다가 밀양시와 주민들의 반대로 중지하는 등 갈등이 시작됐고 이에 국민권익위원회가 개입해 당사자들을 아우르는 갈등조정위원회를 구성했다. 6개월간의 협의를 통해 2010년 6월 피해당사자들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을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 했으나 ‘선 제도개선, 후 공사’를 주장한 주민 측과 ‘제도개선과 공사의 동시진행’을 주장한 한전 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이후에도 양 측은 전자파의 유해성, 기존선로 이용, 지중화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한전 측이 반대대책위를 배제한 채 개별마을에 대한 설득작업을 진행하면서 산발적으로 공사재개와 중지를 반복하면서 이를 둘러싼 고소, 고발과 정치권의 중재가 되풀이되는 등 갈등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2012년 1월 송전탑 설치에 반대하는 보리마을 주민 이치우씨가 분신자살 하면서 숨죽이고 있던 갈등이 폭발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본격적으로 이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했고 송전탑 갈등은 지역의 이슈를 넘어 전국적인 이슈로 부상했다. 그러나 한전은 여전히 개별적인 보상협상을 진행하면서 공사재개를 모색하는 기존의 전략을 고수했고 대화의 장은 계속해서 마련되었지만 협상과 결렬이 반복되었다. 사태가 장기화되고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자 정치권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2013년 5월 한전 측, 주민 측, 국회가 동수의 위원을 추천하는 전문가협의체 구성에 합의한다는 안을 이끌어내 사태해결에 대한 기대가 모아졌다. 그러나 협의체는 기존선로를 통한 우회송전과 지중화문제 등 논란이 계속된 기술적 문제들에 대한 공통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양측 전문가들이 각자의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어 결국 국회의 조정마저도 실패로 돌아갔다. 반대주민 측은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적 공론화 기구의 구성을 촉구하고 나섰고 이에 대해 정부와 한전 측은 난색을 표명하며 보상 강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뜻을 내비치는 동시에 본격적인 공사재개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밀양 송전탑 갈등에 대한 정부와 한전의 대처에서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는 점은  많은 국책사업의 사례와 같은 일방적인 추진, 주민들의 반발, 뒤늦은 대응이라는 악순환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한전은 주민들과의 대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슬그머니 공사를 재개하는 행동을 반복했고 이 과정에서 일어난 물리적 충돌은 주민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또한 물질적 보상만을 강조하는 정부와 한전의 태도 역시 주민들의 우려를 헤아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 요인이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과학과 기술마저도 문제를 해결해주는 열쇠가 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우회송전, 지중화 문제 등 논란 중인 사안들에 대해 명확한 결론이 도출하지 못했고 고압선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처음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는 합리적인 수단들을 통해서도 좀처럼 되돌리기 어려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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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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