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권하는 사회
꿈 권하는 사회
  • 이은희(한국어문·4)
  • 승인 2015.05.20 16:51
  • 호수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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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내 모 기업의 대학생 멘토로 청소년들의 진로, 진학 상담을 하게 되었다. 하루 동안 약 2000명의 중학생들이 참여했던 큰 행사였다. 청소년의 ‘꿈’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행사였지만, 모순적이게도 이날 내가 아이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는 ‘꿈’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저 꿈이 없어요.”, “잘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 “딱히 좋아하는 게 없어요.” 멘토링을 하며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들이다. 몇몇의 아이들은 자신의 확고한 꿈을 이야기했지만 꿈이 없는 대다수의 아이들은 꿈이 무엇이냐는 나의 질문에 금세 주눅 든 모습을 보였다. 마치 꿈이 없는 것이 큰 죄인 것처럼.


이것은 비단 청소년들의 문제만이 아닐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 심지어 직업이 있는 성인들도 본인의 꿈을 모르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그 어느 누구도 이 아이들을 나무랄 자격이 없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개인에게 꿈을 가질 것을 강요하고 있다. 꿈을 가져야 한다는 무언의 강박관념에 속박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꿈 열풍’에 빠져있다. TV에서는 꿈을 이뤄 성공한 유명인사들의 강연이 연이어 등장하고, 인터넷에서는 어려운 위기를 극복하고 결국에는 꿈을 이룬 영웅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귀를 자극시킨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 모두에게 말한다. “꿈을 가지세요!”라고. 꿈 없는 사람들에게 저 말 한마디는 참 고통스러운 말이 아닐 수 없다. 대체 무슨 꿈을 가지라는 건지.


사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꿈을 찾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학교에 첫 발을 내딛을 때부터 우리는 꿈꾸는 것을 강요받는다. 학교는 우리에게 늘 꿈을 꾸라고 이야기하지만, 절대 개인의 꿈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굉장히 모순적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모순된 현실 속에서 우리는 꿈꾸는 것을 강요받고 있다. 마치 꿈이 없는 것이 죄인 양 취급받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반드시 꿈이 있어야만 개인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가? 즉, 인간의 가치는 꿈의 유무에 의해서만 증명될 수 있는 것인가?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꿈이 없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
나는 지나치게 꿈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풍토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단지 꿈을 꾸는 것이 어렵게만 여겨지는 기형적인 사회가 도리어 꿈을 권하는 사실이 불편할 뿐이다. 왜 우리 사회는 개인에게 꿈을 ‘강요’하는가?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꿈이 존재할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무조건적인 강요는 반감만 높일 뿐이다.


꿈꾸지 않을 자유를 달라. 개인의 존재 가치는 꿈에 의해서만 증명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꿈꾸지 않을 권리, 아마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권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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