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는 왜 쇠공을 던졌을까?
난쟁이는 왜 쇠공을 던졌을까?
  • 태건이(국어국문·4)
  • 승인 2015.05.21 18:08
  • 호수 13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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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페인은 《상식》이라는 글 하나로 미국의 독립을 이끌었다. 사람들이 영국으로부터 받던 불편한 대우를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하던 사이 토머스 페인은 미국의 독립을 당연한 상식으로 만들어버렸다. 토머스 페인은 미국이 독립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만이 가득해 성장이 불가능함에도 사람들은 영국이 미국을 보호해준다고 착각하고 있음을 꼬집었다. 또한 군사력에서도 영국과 충분히 대적할만한 수준을 만들 수 있음에도 전혀 노력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이렇게 토머스 페인은 당시의 아메리카를 한순간에 비상식적인 사회로 만들어버렸고, 사람들은 비상식을 상식으로 바꾸기 위해 일어났다.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상식》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음에도 묘하게 어울리는 한 책을 한국에서 발견할 수 있다. 교과서를 통해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봤을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바로 그것이다. 소설 속의 세계는 그야말로 비상식적인 사회이다.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입주권을 헐값에 사들여 많은 이익을 남기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진다. 기득권층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일삼지만 법은 기득권층의 옆에 서 있다. 읽기만 해도 답답한 사회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회를 대하는 난쟁이의 태도가 매우 인상적이다. 난쟁이가 달나라를 꿈꾸는 행위는 자식들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키가 작고 몸무게도 적게 나가는 난쟁이가 왜 하필 가벼운 공이 아닌 들기도 버거운 쇠공을 던졌을까? 그냥 공을 던졌다면 공은 땅에 떨어진 후에 튕겨 굴러가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쇠공은 다르다. 쇠공이 떨어진 자리에는 반드시 흔적이 남는다. 긴 시간 동안 쇠공을 던지다보면 마치 분화구처럼 패이고 패일 것이고 일 만년이 지나면 이 땅이 곧 달의 모습을 하게 될 것이다. 난쟁이가 꿈꿨던 것은 세계를 등진 달나라로의 귀화가 아니라 이 세계 자체의 변화였다. 난쟁이는 비상식적이던 세계를 달나라로 만들기 위해 쇠공을 던졌던 것이다.


난쟁이가 첫 공을 던진 지 40여년이 흘렀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의 모습에 가까워졌을까. 작년 겨울, 대자보의 한 대목이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가장 일상적이고도 간단한 인사말은 그 동안 우리가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일에도 침묵하고 있었음을, 안녕하지 못함에도 안녕하다고 착각하고 있었음을 깨우쳐 주었다. 우리 학교에도 속으로만 품어왔던 생각을 밖으로 꺼내 글로 풀어낸 대자보들이 붙기 시작하였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을 위해 해당 이슈를 꼼꼼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현재의 상태가 상식적인지, 비상식적인지는 개개인이 판단할 문제이다. 다만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토머스 페인처럼 아주 쉬운 말로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을 만큼의 논리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진정한 상식이 무엇인지 명확해지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쇠공을 가지고 있다. 쇠공은 온전히 각자의 것이기 때문에 쇠공을 어떻게 다룰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렸다. 하지만 쇠공을 속으로 삼켜 내보이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묻고 싶다. 난쟁이는 왜 쇠공을 던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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