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기까지 딱 1°C
끓기까지 딱 1°C
  • 전경환 수습기자
  • 승인 2015.05.21 18:10
  • 호수 136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끓기까지 딱 1°C

누구나 그렇듯 대학교에 입학할 당시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들이 해외봉사와 CC, 그리고 장학금이 있다. 나는 예술대학 문예창작과라는 과 특성상 수상도 포함되어 있었다. 장학금까지는 바라지 않을 테니, 일 년에 적어도 두 개 이상의 수상실적을 가지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나의 꿈은 입학식 때부터 두루뭉술해지더니 본격적으로 개강을 하고나자 뭉게뭉게 저 하늘 위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학교 행사와 새로 사귄 친구들과의 즐거운 날들, 선배님들의 주선으로 처음하게 된 미팅들이 나를 잠시 꿈과 떨어트려 놓은 듯 했다. 1학기를 그렇게 놀자판으로 다 보냈다. 그때는 말리는 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우리 과 교수님들조차 방과 후 집에 가느니 밤새도록 술 마시기를 권장했다. 교수님들의 뜻은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창작에 도움이 되라는 뜻이었지만 우리는 곧이곧대로 술만 마셨다.


여름방학에 들어섰을 때쯤 고등학교 때 창작에 같이 열을 냈던 친구의 수상소식이 들려왔다. 나는 고등학교 이후로 받은 적 없던 상, 그것도 대상으로. 나는 그때서야 1학기 때 내가 쓴 글이라고는 수업시간에 과제로 낸 글 빼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곳곳에서 들려오는 고등학교 친구들의 수상 소식은 나의 자극제가 되었고 끝끝내 꿈을 현실로 끌어내렸다. 대학생들이 으레 그렇듯 실컷 놀고,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은 후 현실을 맞닥트린 것이다.


대학생이 되면 모든 것이 순탄하리라 생각했다. 흔히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말하는 ‘백일장’ 형식의 글을 쓰지 않아도 되고, 많은 경험을 하며 창작의 기반을 다지는 일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신을 차린 후에도 쉽지 않았다. 나의 꿈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큰 것이었다. 전국에는 글쟁이들이 많았고 나보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넘쳤다. 모든 상들은 그들이 휩쓸어갔고 나에게 돌아오는 건 자괴감과 의심이었다. 의심들은 대체로 이랬다. ‘나는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 게 맞을까?’ 부터 시작해서 끝에는 ‘나는 글에 소질이 있는 걸까?’라는 결론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나의 재능에 대해 의구심을 갖은 것이다. 내 재능을 키워 줄 거라 생각했던 대학에서, 나는 벽을 만난 기분이었다. 이것을 넘어가야할까 아니면 돌아가야 할까.


그런 생각이 깊어질수록 자질부족이라 생각하며 더욱 열심히 창작에 몰입했다. 남들과 비교했을 때 내 노력이 쌀알 만큼이라 하더라도 나는 내 나름 열심히 밥을 짓고 있었다. 허나 연속적인 공모전 낙방으로 두려움부터 덜컥 생겼다.
그러나 내 생각을 바꾼 책 하나가 생겼다. 단순히 스토리텔링 수업에 과제로 읽어야했던 최규석의 《100°c》란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은 후부터 주문하듯 외웠다. ‘나는 99°c’이다. 우리는 모두 99°c에 있다. 여기서 포기하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내가 지금껏 뜨겁게 달군 물을 버리고 새로운 물을 끓이기에는. 사람 일은 정말 모른다. 이 벽을 넘으면 다이아몬드 땅이 있을 수도 있는데 힘들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돌아간다. 너무도 흔한 말이지만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한다는 말, 나는 의심하지 않으려한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99°c의 대학생들을 위해서.

최연주(문예창작·3)

전경환 수습기자
전경환 수습기자 다른기사 보기

 32154039@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