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장 강함을 카리스마로 취급하는 시대, 그에 대한 부작용
자기주장 강함을 카리스마로 취급하는 시대, 그에 대한 부작용
  • 송다은(문예창작•2)
  • 승인 2015.05.21 18:28
  • 호수 13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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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너도나도 자기주장을 하는 때엔 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홍보자들에, 종말론자들에, 고객을 한 명이라도 확보하려는 장사꾼들에, 엄연한 룰이 있는 수업시간을 주관적인 본인 견해로만 채우길 주저하지 않는 강사들에, ‘너를 생각해서 이런다’는 명분으로 무장한 가족들 등등 어딜 가나 눈에 보이지 않는 확성기를 대고 소리치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환멸을 느끼는 회의론자처럼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고 투덜거리는 부류도 적지 않겠죠. 자기 말에 따르지 않는다고 대놓고 바보 취급하거나, 점수가 깎이고 싶으면 그런 식으로 굴라며 위협을 가한다거나, 말 몇 마디에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를 생각하면 더욱 우울해집니다.


결국 선택은 자기 몫이기에 어떤 논객을 따르든 결과를 책임지는 건 자신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경험상 타인에게 강하게 자기주장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사람치고 이런 말을 하는 부류를 볼 수 없었습니다. 자기 말을 듣고 실패할 경우 책임을 같이 지자고 하면 누가 선뜻 응하긴 하겠냐만요. 결국 남는 답은 자기 자신을 믿는 것 밖에 없나 싶다가도, 큰 맘 먹고 산 로또 몇 장에 자신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그저 한 사람의 견해로 말하자면, 믿음에 대한 의심은 나쁜 징조가 아니라고 (경우에 따라선 오히려 좋게) 생각합니다. 어린애들이 처음 일어설 때는 중심을 못 잡고 넘어져 다치거나, 옆에 있는 장애물도 못 보고 부딪히곤 하지 않습니까. 그런 어린애들이 시간이 지나 몸집도 커지고 머릿속을 습득한 지식들로 채우다 보면, 더 이상 집안에서 걸음마 연습 때문에 다치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어른이 된다고 시행착오를 안 겪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성인으로서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에는 주변의 도움이 적어지기 때문에 더 많이 부딪힐 수 있습니다. 개인을 둘러싼 세상은 거대하고 사회는 무시무시하게 느껴집니다.이런 와중에 나를 잡아끌려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들이 가뜩이나 무서운 세상에서 더 겁을 주기도 하고 마치 나를 위해 피어난 꽃, 맺어진 과실 행세를 해서 나를 유혹하기도 합니다.


이들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될 때도 있고, 이들의 주장이 맞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에서 볼 때도 전성기가 있으면 추락하는 때도 있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탄탄대로로 흘러가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여기에 대응하는 자세는 크게 나눠 눈앞의 현실을 부정하고 귀를 막든지 받아들이든지로 갈릴 것입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선택의 밑바탕에는 믿음이 깨어졌을 때의 두려움이 깃들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자기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사람일수록 상대방이 누구나 품고 있을 두려움을 가진 존재라는 걸 인식했을 좋겠습니다.


의심을 부정할수록 미덕이 되는 무조건적인 믿음보다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길이 더 어렵고 험하더라도, 세상을 살아가는 답은 약육강식의 세태가 아닌 배려와 인정에 있지 않겠느냐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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