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정보의 홍수 속에서 식별력을 갖춰야
백색볼펜.정보의 홍수 속에서 식별력을 갖춰야
  • 승인 2015.05.26 14:47
  • 호수 139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네티즌
우리나라 기독교인은 대부분 술과 담배를 멀리해야 하는 것, 더 나가 금하는 것으로 여긴다. 교회를 마치고 뒷골목에 숨어 마시고 필지언정 같은 교회 사람에게 걸리거나 들키지 않아야 하며, 기독교인이라고 술자리에서 술을 거절한다.
셔우드 앤더슨의 『와인즈버그, 오하이오』를 배우는 한 강의시간, 책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청교도적인 사회에 대해 설명하시던 교수님께서 기독교는 성적인 것을 허락하는 대신 술·담배를 금했고, 천주교는 술·담배를 허락하는 대신 성적인 것을 금했다고 말씀하셨다. 뭔가 이상한 마당에 다른 한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인상깊었다. “성경에 술을 멀리하라고 나와 있냐? 예수가 가장 처음 행한 기적은 물을 술로 바꾸었던 것이다.” 더해서, 미국이나 독일의 기독교는 술과 담배를 금하지 않는다고 한다. 누가 잘못하고 누가 잘하고 있는 것일까?
성경에는 모순이 존재한다. 같은 이야기도 복음서마다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나는 콩쥐팥쥐, 신데렐라 스토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거의 비슷한 플롯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도 같지만,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읽고 선녀가 도왔는지 요정이 도왔는지, 꽃신이 벗겨졌는지 유리구두가 벗겨졌는지를 따지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성경도 모순이 존재한다고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는지를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 안에 담긴 하나된 메시지가 중요한 게 아닐까. 표면적인 말을 모두 ‘사실’로 받아들였다가는 종교와 과학에서 벌인 수백 년간의 갈등과 논쟁을 되풀이하는 꼴이 될 것이다. 교회 다니는 ‘비’기독교인인 나도 하나는 알았다. 적혀 있는 그 글자대로만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것.
온라인 시대가 도래하고, 사람들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상에서 일상시간을 많이 때우게 됐다. 페이스북과 인터넷 기사에는 정보와 소식이 범람한다. 그런데 온라인의 특징으로 인해 사람들은 보다 쉽게 허위를 퍼트리게 됐고, 받는 사람은 필터링 없이 흡수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샌가 우리도 성경을 곧이곧대로 해석해 동화처럼 선악을 구분 짓는 사람들과 다름없어보인다. 개인의견, 기업의 눈가림, 선동 기사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노력 없이 터치 하나로 뜨는 창에만 반응하며, 논리까지 보장되면 그 글에 200% 신뢰를 한다.
알아갈수록 과학과 세계의 영역은 넓어져만 가는데, 우리는 더 이상 넓게 생각하는 것을 포기한 것 같다. 어린아이처럼 동화책 스토리 중 뭐가 진짜인지 따질 때는 지났을 텐데 말이다. 성경을 그대로 받아들여 잘못 행동하는 사람들을 종교라는 거부감 때문에 욕을 하면서, 정작 더 큰 정보를 우후죽순 받아들이고 있는 나를 뒤돌아본다.
허위사실로 선동하는 기자는 기레기, 성경을 여과 없이 받아들인 예수천당 불신지옥 제창 기독교는 개독교. 우리는 과연 뭐라 이름 붙여야 할까? 아, 이름 붙일 필요도 없겠다. 이미 “네”밖에 할 줄 모르는 ‘네’티즌이니까. 
<惠>
惠
다른기사 보기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