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면 옳다 ⑧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 칠레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
떠나면 옳다 ⑧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 칠레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
  • 길지혜 여행작가
  • 승인 2015.05.26 15:24
  • 호수 13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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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푸르게 빛나는 별

세계에서 최고의 별 보기 장소로 꼽힌 칠레의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는 시야를 가리는 구름이 거의 없는 곳이다. 일조량과 강우량, 온도와 습도가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곳이라 하늘과 땅, 별과 사람이 가장 가까이 조우할 수 있다.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씨가 추천하기도 한 이곳을 만나기 위해 나는 페루에서 볼리비아로 건너갔고, 때마침 막힌 볼리비아의 국경을 가까스로 넘어 장장 16시간 버스를 타고 칠레로 들어섰다. 

칠레는 남미의 최빈국인 볼리비아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유럽인들이 정착한 나라여서 백인이 많고, 남미국가들 중에서 물가도 가장 높은 편이었다. 특히 깔라마와 아타카마는 칠레에서도 가장 높은 물가로 여행자들의 지갑을 가볍게 만드는 도시로 유명했다. 어둠도 집으로 들어가 쉴 무렵, 3천여 명이 사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사막 마을은 차갑고 황량했다. 그러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 어떤 눈부신 조명보다 밝은 별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미국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과학으로 밝혀지지 않은 별들을 나는 알 것 같다. 그것은 외로운 여행자가 알고 있는 별들이다”고 했듯 홀로 하는 여행에 기꺼이 동행해준 오늘의 별에 나는 감사의 입맞춤을 보냈다. 수억 광년 전에 태어나 이제는 사라졌을 별들의 마지막 빛. 별들은 여행자가 길을 잃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한 것이다.

칠레 북부의 아타카마 사막은 소금과 모래사막이 합쳐 형성됐단다. 우유니 사막처럼 바다가 융기해 솟아올랐고, 건조한 기후로 물이 증발했다. 이후 수억 년 동안의 풍화작용으로 거칠고 기괴한 암석의 모습을 갖췄다. 페루에서 만났던 끝 모를 모래세상인 이카 사막과는 전혀 달랐다. 이카사막이 부드러운 식빵이라면, 아따까마는 피칸파이 같다고 할까?

다음날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별 관측 투어에 따라나섰다. 투어의 준비물은 칠흑 같은 어둠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마을의 가로등 불빛도 세어 나오지 않는 곳에 도착해,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꺼지는 순간 모두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별이 쏟아진다는 말은 이곳이 어원임이 분명하다. 하늘이 코앞까지 맞닿아 있다. 아니 내 등은 차디찬 바닥이 아니라 또 다른 밤하늘에 기댄 것 같았다. 밤하늘 알알이 박힌 별과 마주하니 나의 가슴에 뜨겁게 빛이 났다. 아타까마 사막은 더 이상 외로움이 아니었다. 별들의 향연, 수많은 행성들이 가득한 밤은 황홀했다. 
투어가이드는 천체망원경을 설치했고, 밤하늘의 행성들을 차례로 보여줬다. 렌즈에 담긴 목성의 빛은 눈을 멀게 할 만큼 밝았다.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졌다. 같아 보이지만 별들도 나이가 있단다. 붉게 보일수록 늙은 것이고, 새파란 것은 젊은 별이다. 우리는, 그리고 나는 지금 어떤 색으로 빛나고 있을까 생각에 잠겼다. 저마다 짐을 온 어깨에 매달고 조금의 꺼풀이라도 벗기기 위해 인생을 산다. 때론 인생은 부록처럼 가벼워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별이 가득한 이 밤은 완결판에 가까웠다. 나는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Travel Info.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 여행법

아타카마로 가는 국경은 칠레, 페루, 볼리비아에 인접해 항상 붐빈다. 2~3시간의 기다림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체감물가가 한국과 비슷하기 때문에 필요한 물건은 주변국에서 미리 사두자. 달의 계곡투어를 꼭 해볼 것. 특히 달의 지표면을 닮은 ‘벨리 오브더 문’에서의 피스코 샤워(레몬·라임·설탕·얼음을 섞은 페루와 칠레의 전통주) 한잔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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