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걸이 장인’ 염지홍 디자이너 : 무궁무진한 창의력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옷걸이 장인’ 염지홍 디자이너 : 무궁무진한 창의력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 김보미 기자·최지현 수습기자
  • 승인 2015.05.26 17:50
  • 호수 13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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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다미술관 건축전시회에서 손수 만든 옷걸이 의자에 앉아 아이디어 노트를 들고 있는 염 디자이너

매스컴에서 ‘옷걸이 장인’으로 유명해진 염지홍 디자이너. 그는 옷걸이를 독서대로 만들어 세상에 놀라움을 선사했던 것을 기점으로 동전사용캠페인, 교통안전프로젝트 등 따뜻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창의적 인재에 가장 적합한 염 디자이너를 합정역 한 카페에서 만나 그가 말하는 창의력에 대 해 들어보았다.       

<필자 주> 
 

▶ 프로필상으로 보면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직업은 무엇인가.
디자이너이기도 하고 피자가게 자영업자이기도 하다. 또한 강연자라고도 할 수 있다. 딱히 직업이 ‘이거다’라고 정의하긴 어렵고, 실제로 취직을 해서 월급을 받은 적도 없다. 최근에는 단국대학교 건축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옷걸이를 이용해 구조물의 형태를 구현하는 법과 창의력, 아이디어의 원동력에 대한 강연을 했다. ‘옷걸이 독서대’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면 초등학교의 경우는 ‘독서’에 관해서, 기업이나 대학의 경우는 ‘창의력’에 관한 얘기로 풀어가는 등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다. 직업이란 자신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보면 나는 직업이 많다.

▶ 그렇다면 여태까지 진행했던 프로젝트나 사업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
우선 ‘동전사용캠페인’이 있다. 이 프로젝트를 시행할 당시 외환위기 이후의 경기침체로 동전을 화폐로 바꾸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동전사용을 환영한다’는 문구로 손님들의 부담을 덜고 싶어 캠페인을 추진했다. 이로 인해 피자솔레(염 씨가 운영하는 피자가게)의 수입이 늘었고, 이후 타 자영업자들에게도 연락이 와 캠페인이 널리 퍼지게 됐다.
다음으론 ‘교통안전 프로젝트’이다. 뺑소니를 당했던 경험 후에 문제의식을 갖고 보니, 사람들, 특히 아이들과 노약자가 자동차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고 느껴 ‘옐로카드’를 만들었다. 현재 마포구의 1만5천여 명의 초등학생들에게 배포됐으며, 이후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교통안전에 대한 강연도 진행하게 됐다.(웃음) 스스로는 이를 ‘휴먼웨어’라 정의했다.

▶ 다양한 사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 중에서도 ‘옷걸이 독서대’로 인해 유명해졌다.
그렇다. 피자가게에서 앉아서 책을 읽다가 졸음이 쏟아져 일어서서 읽게 됐는데, 책이 무거워서 불편했다. 그래서 앞에 있던 냉장고의 위 칸에 책을 고정시키고 싶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옷걸이 독서대이다. 농담으로 하는 말이지만, 옷걸이는 직각삼각형이 되기 최적화된 조건을 가지고 있고, 책의 여백의 길이 등을 고려했을 때에도 책을 놓기에 완벽하기 때문에 필히 독서대가 될 운명이었다. ‘옷걸이’와 ‘독서’라는 다른 카테고리의 조합이 사람들에게 의외성을 제공했고, 그 수요가 많아져 SNS에 널리 알려지며 조선일보와 <생활의 달인>, <스타킹>, <세상에 이런 일이> 등 방송매체에도 출연할 수 있었다.

▶ 독서대 뿐만 아니라 옷걸이를 활용해 가구까지 만들고, 더 나아가 사람들에게 제작과정을 공개했다.
언론매체와 SNS, 영상을 통해 나의 아이디어가 해외에까지 ‘공유’되고 있다. 수익성을 쫓기보다는 사람들에게 공유함으로서 즐겁게 따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아이디어의 공유가 곧 ‘나의 세일즈’가 되는 것이다. 원조 행세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아이디어가 확산될수록 나는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떠올려지고, 세상에 기억될 것이다.
때문에 사람들이 나의 아이디어를 ‘따라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직접적인 ‘행동’으로 실천하게끔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이득이다. 얼마 전에는 화성시의 소다미술관에서 진행한 건축전시에서 ‘옷걸이 독서대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 옷걸이 독서대가 필요했던 만큼,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창출할 수 있었던 원천이 ‘독서’인 듯하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도서관을 갔던 습관이 있어서인지, 책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에 도움이 된다는 걸 일찍이 인지했다. 피자가게를 열었을 땐 고객관리, 광고, 브랜딩 등 마케팅전략에 도움이 되는 도구적인 책을, 디자인에 관한 일을 할 때면 인테리어 책을 많이 읽었다. 집에 책이 1천5백 권 정도가 있고 한 달에 최소 10권씩은 읽는 것 같다. 책장의 책들을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읽은 책들을 보면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다. 더불어 책은 모두가 인정하는 지식 콘텐츠인데, 책을 읽는 행위가 특별한 행위가 되고 책을 선택하는 이가 적어질수록 역으로 책을 읽는 소수가 ‘승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본인이 읽은 책들 중에서 대학생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 있다면.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의 <공부하는 삶>과 에릭 호퍼의 <길 위의 철학자>이다. <공부하는 삶>은 프랑스 수도승이 100년 전에 쓴 책으로, 과거 영국으로 대학원을 갔을 때 인상 깊게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었던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진정으로 공부를 하는 삶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길 위의 철학자>는 구두 노동자인 저자가 낮시간엔 노동을, 저녁시간엔 글을 쓰면서 출판한 책이다. 이 책에서 영감을 받아 영국 대학원 진학 당시 지원서에 ‘나는 디자인을 길에서 배웠다. 그래서 나의 디자인은 다를 것’이라고 작성해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 책 외에도 본인의 창의력을 키울 수 있었던 방법이 있다면.
‘아이디어 노트’를 통해 창의적인 생각들을 정리한다. 책 구절 정리, 일기, 스케줄 정리, 그림 등 형식의 제약이 없이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다. 맨 앞장은 노트를 작성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들을 축약한다.
노트에서 점에 별이 있는 문양은 ‘아이디어’를 뜻하는 기호이다. 노트를 처음 작성하게 된 것은 2006년 9월, 26살 때이다. 대학원 시절 알게 된 친구가 떠오르는 생각들이나 일기를 꼼꼼히 줄에 맞춰 노트에 쓰는 것을 본 후, 따라하고 싶다는 질투심이 일었다.


▶ ‘창의성’이 사회에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창의성이란 무엇이며, 창의적인 인재란 어떤 사람인가.
우선 창의성이란, 비유를 하자면 이런 것이다. (갑자기 인터뷰 종이를 찢으며) 질문지로 규정화된 이 A4용지를 활용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 정해진 것들에 대한 일탈이며, 그 일탈의 범위는 넓을수록 좋다. 또한,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창의적인 인재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보통 나이가 들수록 창의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오히려 창의력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기회는 나이가 들수록 커진다. 관계와 경험, 읽은 책들이 많아지면 더욱 조화롭고 깊은 창의력을 도출할 수 있다.

▶ 좌우명이나 인생관을 물어보려고 했는데, 딱히 그런 걸 정하진 않았을 것 같다. 그렇다면 계획중인 프로젝트들이 있는지.
그렇다.(웃음) 좌우명은 아이디어 노트에 적힌 대로 항상 달라지고, 딱히 규정화된 인생관도 없다. 또한 결혼준비에 대한 제약도 없는 편이다. 할 일도 많고 할 수 있는 일들도 많다. 진행하고 있는 사업으로는, ‘헌책방’을 리브랜딩하려고 구상 중에 있다. ‘헌책방’은 ‘읽은 책방’으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헐었다는 표현보단 한 번 ‘선택’돼서 읽혔던 책이라는, 선택에 대한 가치를 높인 것이다. 읽은 책에 대한 가치가 높아질수록 사회 내에서 독서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지 않을까.

▶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여행을 다니라는 뻔한 말이 가장 중요하다. 당장 쉽게 바뀌진 않겠지만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까먹어선 안 된다. 또한 도서관에 가서 진열된 책들의 제목만 훑어봐도 내가 어떤 책들을 읽어왔는지, 주로 어느 서가에 가는지 자신의 삶에 대한 지도가 그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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