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대기업 선호 때문인가?
청년실업, 대기업 선호 때문인가?
  • 김동민(저널리즘) 교수
  • 승인 2015.05.27 00:21
  • 호수 13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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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청년들의 취업률이 저조한 원인이 대기업에만 들어가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있는 모양이다. 현상적으로는 맞는 얘기지만 원인 진단을 해보면 틀린 얘기다. 대학생들이 졸업하고 대기업에만 들어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청년실업의 근본 원인은 아니라는 얘기다.


의식적으로 ‘대졸청년’이란 표현을 했다. 청년들이 대부분 대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대학진학률이 지나치게 높다. 정상이 아니다. 1980년에 대학진학률이 27%였는데 1997년에 60%를 넘었고 2004년에는 80%를 넘었다. 그 후 2008년의 83.8%를 정점으로 하여 2009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하여 2014년에는 70.9%를 기록했다. 그래도 세계 최고 진학률이다. 공부를 많이 하면 좋지 않나? 그러나 모두가 다 대학에 와서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지금 대학 교육의 질이 진학을 권유할 만큼 높지도 않다. 대학 나와야 취직도 안 된다.


지금 대학생들의 많은 비율은 다들 가니까, 아니면 대학을 나와야 취직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학에 왔을 것이다. 이 둘은 서로 연동되는 것인데, 문제는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취직을 위해 대학을 간다는 전제가 틀린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대학을 나와야 취직이 된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학구열도 없으면서 덩달아 대학에 온 학생들은 사실 피해자다. 이런 학생들을 받아줄 기업은 없다. 길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일본은 대학진학률이 48%에 대졸예정자의 취업예정률이 80%를 넘는다. 한국은 70%의 대학진학률에 청년실업률이 10.2%로 실업자가 일본의 2배에 이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취업 경험이 없는 실업자 중 20대가 8만9000명, 30대 6000명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20∼30대 청년 중 취업 경험이 전혀 없는 실업자가 9만5000명으로 12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쓸 데 없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으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느 직장에서든지 능력과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며 결혼도 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청년들이다. 일본의 경우 고졸예정자의 취직내정률도 80%를 훌쩍 넘는다.


그러면 지금이라도 중소기업에 들어가지 왜 놀고 있느냐고 할 것이다. 최근에 한 친구가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 구인난을 호소하던데 대학생들이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게 좋아 보이면 니 자식들이나 그런 데 보내라고 하려다 말았다. 친구들이 다 대기업을 들어가려 하는데(더러 성공하기도 하고) 중소기업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흔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중소기업은 대부분 양질의 좋은 일자리가 아니다. 특히 공단지역의 중소기업엔 값싼 노동력의 외국인 노동자가 넘쳐난다. 우리 대학생들이 누가 그런 직장을 가겠는가?


정부는 대기업에게 사내유보금을 거론하고 겁박하며 일자리를 만들라고 하지만 요지부동이다.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 유럽은 대학진학률이 훨씬 더 낮다. 고등학교만 나와도 중소기업에 좋은 일자리가 많고 트럭을 몰아도 결혼해서 애 낳고 살만큼 돈을 벌기 때문에 공부할 뜻도 없이 굳이 대학에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대기업 중심으로 주택경기를 부양하여 경제가 잘 돌아가는 것처럼 위장하여 당장에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정부 정책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김동민(저널리즘) 교수
김동민(저널리즘) 교수

 dm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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