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란을 갈구하는 이들
착란을 갈구하는 이들
  • 승인 2015.09.02 11:43
  • 호수 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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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원더걸스’가 3년 만의 공백을 깨고 컴백했다. 오랜 공백기, 걸밴드 컨셉, 파격적인 수영복 의상, 멤버 교체 등으로 이들의 컴백은 대중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미국 활동의 영향으로 음악적으로 한 뼘 성장했다는 호평과 다소 선정적이라는 혹평이 공존하는 가운데, 그녀들은 ‘놀라운 소녀들’이란 그룹명에 걸 맞은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필자가 이번 컴백에서 주목했던 점은 좀 다르다. 바로 ‘네이버 V앱’이라는 그녀들의 컴백 수단이다. V앱은 최근 아이돌 시장에서 유행하는 어플로, 이를 통해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생방송 및 관련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실시간 댓글로 스타와의 즉각적인 소통 또한 가능하다. 한마디로 ‘아이돌의 스마트폰 생방송’인 셈이다. 원더걸스 역시 이 V앱을 통해 컴백 무대 생중계와 토크쇼 등을 진행했다.


◇연예기획사의 입장에서 이 V앱은 상업적인 효과를 볼 수 있어 이득이다. ‘덕후’들을 끌어들여 광고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물론, 변수가 많은 생방송에서 뜻밖의 홍보효과와 2차 수익까지 창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스타의 실시간이 공유되면서 즉각적인 소통을 할 수 있고, 스타의 일상 또한 엿볼 수 있다는 사실은 팬들에게 또한 황홀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실시간, 무대 이면의 모습, 사생활과 같은 단어들은 오래 전부터 아이돌 팬들 사이에선 일종의 자극제로 여겨졌다. 판타지적인 ‘우상(idol)’이 현실에 있는 것 같은 일종의 착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팬들의 환호와는 달리, 이러한 착란은 항상 ‘연예인의 사생활 침해’와 같은 윤리적인 문제와 매번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리얼리티를 위해 공항은 물론 비행기 안까지 쫓아와 사진을 찍는 극성팬, 한때 여론을 뜨겁게 달군 ‘사생 팬’……. 이렇게 정도가 지나친 팬들 때문에 스타 역시 공인으로서 자신을 어디까지 공유해야 하는지 꽤나 골머리를 앓았을 것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팬들과 스타 모두 고질적인 고민거리를 안은 채 오랜 기간 동안 줄다리기를 했다.


◇플라톤의 명언 중에 ‘가장 큰 불행은 얻을 수 없는 것에 마음을 두고 사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화면 속에 갇힌, 말 그대로 현실에선 차마 닿을 수 없는 ‘우상’. 이를 끝없이 갈구하고 집착하는 행위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스타를 동경하여 마음에 두는 것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집착으로 시작한 감정에서 착란을 갈구하고, 이를 충족시킬 수단들이 계속해서 발전되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현 시점에선 줄다리기의 줄이 팬들 쪽으로 당겨진 것 같다. 기술의 발전으로 샤이니와의 영상통화, 갓세븐이 출연하는 웹 드라마, 아이유가 바로 눈앞에 있는 듯 선명한 직캠 동영상 같은 착란의 수단들이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과연 극성팬들의 욕구를 ‘완전하게’ 채워줄 수단이 될 수 있을지의문이 든다.   <眉>

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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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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